의료법을 위반해서라도 민간보험사 수익을 높여주려는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법은 폐기돼야 한다.

[공동 성명]

소위‘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ㆍ논의에 부쳐

거짓 주장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윤석열 정부 금융위를 규탄한다.

의료법을 위반해서라도 민간보험사 수익을 높여주려는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법은 폐기돼야 한다.

 

 

9월 13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논의됐다.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환자 단체들이 강력 반대했음에도 오직 민간 보험사들의 이윤을 위한 법안이 상정·논의된 것에 분노한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금융위는 사리에 맞지 않은 주장들을 늘어놓으면서 보험사 입장을 대변했다. 그 내용을 들은 우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 정부 언행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그 주장을 반박한다. 법사위가 이런 금융위의 견강부회와 동문서답에 동의해 법을 통과시킨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첫째, 보험업법 개정안은 환자 의료정보를 보호하는 취지의 의료법·약사법과 정면 충돌한다. 금융위 반박은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이 회의에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료법 21조 2항이라든지 약사법 30조 3항의 경우에 의료 관련된 정보 열람이나 제공 같은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이 개정안이 “‘의료법 21조 및 약사법 제30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으로 광범위한 예외를 만들면서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우려를 표했다. 우리는 이 우려에 공감하며 이미 누차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에 대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답변은 황당하다. 김 부위원장은 “이미 기존에 유사 입법례가 있는 상황으로 정책건강복지법에도 의료법21조에도 불구하고 보호의무자의 열람 사본 발급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개정안이 의료법, 약사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이 말한 정책건강복지법은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 30조(기록보존) 제③항이 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소영 부위원장의 답은 박주민 의원의 우려에 대한 합당한 답이 전혀 아니다. 제③항은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 보호의무자가 입원등을 한 사람의 동의서와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제1항에 따른 기록의 열람ㆍ사본발급 등 그 내용확인을 요구하면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료법제21조에도 불구하고 의료정보를 제공받는 주체는 환자의 보호의무자(「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이다. 즉, 환자의 가족 등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불가피한 경우 환자의 의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아마도 금융위가 유사 입법례가 있다고 말하는 「의료법」 제21조 우회 규정은 대개 이런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규모 환자 의료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김 부위원장이 이것을 환자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보험사에게 제공하는 수천만 명의 의료정보와 동일시하는 것은 황당한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법을 다루는 법사위가 이런 견강부회에 넘어가 이 악법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둘째, 민감한 의료정보 오남용과 유출 위험이 없다는 금융위는 국민들을 속이려는 것이다.

 

금융위는 민감한 의료정보가 오남용,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목적 외 사용, 보관, 비밀 노출 금지 조항이 있어 이럴 경우 엄중히 처벌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먼저 개정안의 목적 외 사용·보관금지, 비밀누설 금지조항은 ‘중개기관’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산정보를 최종적으로는 보험사가 가져가서 보험 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에 사용할 거란 점이다. 시민사회와 환자단체들이 누차 지적한 바다. 금융위는 여기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고 중개기관만 운운하며 슬며시 넘어가곤 했다.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강성희 의원이 ‘(중개기관이 아니라) 보험사가 청구자료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결합하지 못하게 하고 보험금 지급이후는 즉시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은 무시됐다.

또 중개기관의 경우도 가명처리해서 목적 외 활용하는 걸 막기 어렵다. 소위 ‘데이터3법’ 통과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은 그것이 불법일 때인 2017년에조차도 자체 보유한 1억 5천만 건의 개인정보를 가명화해 현대자동차 고객 정보와 두 차례 결합했다. 보험개발원은 운전정보와 결합해 개인의 사망률을 예측했을 것이고, 보험사는 사망 위험이 높은 개인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을 거절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그들의 연합체로, 지금도 삼성화재, 교보생명, DGB생명, 하나손보 사장이 임원으로 있는 보험사 가격담합 기관이다. 시민들이 이런 담합기관에 고도로 축적된 민감한 의료 전산정보를 넘겨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엄중한 처벌이라 해봤자 3천만 원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이다. 처벌 하한선도 없으니 대개 재벌인 민간보험사들이 이를 두려워할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처벌은 사후에 이뤄진다. 이미 민감한 수천만 명의 의료정보가 유출, 유통되고 난 후에 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민간보험사들이 이러한 정보를 수익 창출에 오남용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입증하고 처벌할 것인가?

 

박주민 의원은 “이미 보험사들은 언론 등에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가 많이 축적이 될 거고, 그걸 자기네들이 이용하면 앞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의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도 유출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고 거듭 지적해 왔다. 보험사들은 환자들(사실상 전 국민)의 의료정보를 손쉽게 축적, 가공해 이윤을 창출할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를 ‘청구 간소화’라는 수사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전자적 의료정보 전송 방식에 대한 질의에 대해, “보험회사가 수용 가능한 안으로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시스템 구축[이] 안 된다”고 답했다. 신 국장은 이 법안이 민간보험사들의 요구 충족을 위한 법안임을 자백한 셈이다.

 

기업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재부 산하 금융위가 이 악법을 옹호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의 다수를 대변해야 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이 법안의 진정한 목적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용납 될 수 없다.

9월 18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한다고 하는데, 논의할 게 아니라 당장 폐기해야 한다.

 

 

2023년 9월 14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