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성
대통령 선거가 정말 얼마남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니 새록새록 옛기억도 난다. 집집마다 찌라시 넣다가 전경에게 쫓기던 회기동 골목, 새벽일찍 동사무소 옆 건물에 나가 선거감시원으로 당원아줌마랑 벌였던 신경전, 내가 후원금까지 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된 아침 두근거리던 심장소리까지.
세상에 공짜는 없고, 가르침 없는 시절도 없듯이, 지금의 생각까지 오는데는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될 경험들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되돌아보면 그때마다 나름대로 열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발자욱씩 내가 서있는 곳이 타협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지난 시절의 실패로 후회스럽고 괴로웠던 마음 한구석에는, 원칙이 세상 돌아감에 한가운데서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함으로써, 사는 일이 아직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고 안심되는 면도 없지 않나싶다.
세상이 나이들어 편한 제 몸뚱아리가 타협하는 대로 보이는 것을, 세상이 변했다고 떠드는 선배들의 장광설을 뒤로 하고, 이를 거울삼아 변명을 일삼는 내가 됨을 경계하며 지난 5년을 돌아본다.
현실성없다는, 혹은 대안없다는 진보정당에 대한 공격들이 근거없이 만연했다는 점, 혹여 지금도 우리 주위에 떠도는 유령이 아닐지.
대선을 앞두고 드는 뜬금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의 보건의료 산업화 정책으로 시작하여 한미 FTA까지 오는 동안, 황우석 사태와 광우병 파동으로 극에 달했던 이 나라를 운영하려는 작자들의 태도라는 것이 그다지 ‘전문가’적이지도 못한, ‘현실적’이지도 못한, 그저 시장과 미국에 대한 무모한 짝사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다. 이제 자신있게 우리의 진보정당의 주장이 가진 근거와 현실성과 건강함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직접 그 진보정당의 손으로 운영되는 정치가 ‘잃어버린 10년’의 진정한 가치를 돌려받는 과정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선에서 총선까지 한 판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