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적색이다》(폴 먹가, 북막스) 서평 – 가장 효과적인 녹색은 적색이어야 한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와 유전자 변형 식품(GMOS)을 예로 들어 이윤 지상주의가 낳은 환경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초점으로 삼은 이 두 가지 쟁점은 환경 문제가 자본주의의 엄청난 야만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 준다.
지구 온난화와 화석 연료 기업들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이산화탄소가 급증하는 것은 화석 연료의 연소에 기초한 생산 방식 때문이다. 화석 연료 기업에 의존하는 세계 주요 공업국,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세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배출한다.
이들 화석 연료 기업은 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시도들을 분쇄하려고 애쓴다. 셸과 화석 연료 기업들이 설립한 ‘지구기후연합’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조처를 반대하는 캠페인에 1천3백만 달러를 썼다. 또, 자신들의 계획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 민주·공화 양당에 5천만 달러씩 제공했다. 영국석유회사 브리티시 피트롤리엄(BP)은 지구 온난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로고를 공개했다. 그러나 바로 그 날 미국에 있는 BP의 정유 공장은 대기 오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천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화석 연료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은 정부와 국회에 수천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제공해 유대를 강화한다. 1940년 GM·스탠더드 오일·파이어스톤과 같은 자동차·석유·타이어 업체들의 동맹은 미국 45개 도시의 전철과 무궤도 전차 교통망을 조직적으로 파괴해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때 불법 공모죄로 GM의 회계 담당자가 낸 벌금은 1달러 27센트뿐이었다.
영국 왕립위원회 과학자들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향후 20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퍼센트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990∼1996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공업국 전체의 배출량은 감소하기는커녕 전체적으로 4퍼센트 증가했다.
이들 화석 연료 기업들이 중대한 도전을 받지 않는 한, 예기치 못한 더위와 가뭄, 홍수와 산사태 등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종자에서 접시까지”
겨우 다섯 개의 기업이 사실상 유전자 변형 종자 시장을 전부 지배하고 있다. “유전자 거인들”이라는 이 기업들은 세계 살충제 시장의 3분의 2와 비유전자 변형 종자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계속 종자 관련 회사들을 사들이면서 자사 제품들에 대한 농업 의존도를 증대시키려 한다. 유전자 변형 기업들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 기구를 통해 그들이 만든 식품의 특허권을 전 세계로 확대하려 한다. 또, “종자의 저장과 공유를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종자에서 접시까지 먹이 사슬 전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이 거대 기업들은 유전자 변형 상품이 지극히 안전한 제품이고,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들은 틀렸다.
이 기업들의 유전공학은 단순히 유전자를 하나 주입함으로써 원하는 형질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유전공학자 호매완은 “유전공학 기술은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상업과 손을 잡은 불량 과학”이라고 비판한다. 환경이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본 사실조차 외면하는 유전자 변형 기업의 기술은 새로운 음식 알레르기와 치명적인 박테리아 질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기아를 해결할 것이라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기아 문제는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식량 및 개발 정책 연구소’의 말대로 오늘날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 기아의 진정한 원인은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된다는 데 있다.
녹색은 적색이다
산업, 과학, 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생태주의는 환경 운동의 약점이다. 문제는 산업이나 과학이 아니다. 문제는 환경과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보다 이윤을 우선 시하는 사회 체제다.
저자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연소 설비를 개선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격리하는 방법 또는 대중교통의 확대와 더 나은 단열재의 사용 등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이 모든 방법에는 공공 투자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부자와 대기업에 과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국가가 그런 조치를 취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기껏해야 국가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거대하게 일어날 때에 기업들과 타협할 뿐이다. 저자가 옳게 주장했듯이, 기업의 지배를 정말로 끝장내는 데 필요한 사회 변혁의 열쇠는 기업들의 부를 좌우하는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 계급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기업의 지배를 끝장내고 생산 관계를 재조직하는 것이다.
“녹색은 적색이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가장 효과적인 녹색은 적색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위협은 이윤을 최우선에 둔 다국적기업들 간 경쟁의 산물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윤 중심의 체제, 즉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반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