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에 참여했던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실) 씨가 보내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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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UNEP(유엔환경계획)와 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 제주도에서 ‘물, 위생 그리고 인간정주’를 주제로 한 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45개국에서 약 200여명의 환경운동가들이 참석했는데, 회의를 통해 “물은 생명이며, 물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인권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이 물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의무를 지님과 동시에 공평하게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이 회의를 준비하면서 UN기구 특히 UNEP가 얼마나 관료적인 조직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NGO와 UN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남겨준 회의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회의에서 몇몇 멋진 운동가들을 만난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회의장에서 만난 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의장이 던지는 메시지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5명중에 한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5명 중 2명은 적절한 위생시설을 접하지 못하고 있고, 매년 500만명이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9.11 테러로 사망한 사람의 5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물문제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이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는데 20년 마다 물문제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2배로 증가할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루에 물 50리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하루에 1인당 300리터를, 소말리아는 1인당 9리터를 쓰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하루에도 수십킬로미터를 걸어서 물을 길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댐 건설로 삶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테말라에서는 15년전에 세계은행자금으로 대규모 댐 건설이 시작되었고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서 주민들을 이주시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4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구의 벗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법적으로 유효한 협약과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다국적기업 활동을 규제하고 다자간환경협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항상 무역과 투자에 관한 법규에 가려졌습니다. 각국 정부와 UN의 세계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시도는 실천 의지 부족으로 또 재정마련 미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 회의에 기업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UNEP가 좀더 실행력있고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자간환경협약이 단지 협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 기술, 그리고 정치적인 지원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와 다국적기업은 다자간환경협약을 지켜야 합니다. 또한 무역과 농업에 대한 세계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 관점에서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법적인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구의 벗은 물의 민영화가 결코 지구적인 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999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수에즈가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물값이 30%상승했고, 2001년 5월 가나에서는 물값이 두배가 되었습니다. 1999년 콜롬비아에서는 물을 민영화하면서 미국에 본사를 둔 벡텔사가 물값을 300%나 올리자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벡텔이 수도사업권을 포기하고 콜롬비아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지만 벡텔은 이번 사업을 못하게 됨으로써 포기된 기회수익 250억불을 콜롬비아 정부가 배상하라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기업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1991년 수에즈는 90억불을 비벤디는 120억불을 벌었습니다. 세계은행은 세계물위원회를 통해 물민영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정부가 물에 대한 공공부문 투자를 줄이면 그만큼 기업의 영역은 증대됩니다. 민영화는 기업의 물 도둑질을 용납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물을 마실수가 없게 됩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물기업, 무역협정, 세계은행. 이들이 바로 세상을 물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물의 악의 축’입니다.
어제 회의에서 민영화는 어쩔 수 없으니 허용하되 기업을 통제하자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오늘날 기업은 정부보다 더 큰 조직입니다. 엘살바도로 정부 인사를 매수하는 것은 시장에서 가서 신발을 사는 것보다 쉽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나의 조국 엘살바도로에 몬산토 같은 부패한 기업이 수백만톤의 독극물을 버렸지만 엘살바도로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람이 죽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과 주식가격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인간의 몸은 60%가 물입니다. 물은 인간의 경제적 잣대인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물은 식물과 동물, 인간,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물을 둘러싼 생태계,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물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교육해야 한니다.
전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난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빈곤은 부라는 동전의 다른 한면일 뿐입니다. 빈곤을 퇴치하는 것은 부를 감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구 반대편이 극빈상태에 처한 것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알고 있는데 잊고있는 것이 바로 군비투자입니다.세상에 이미 돈은 많이 있습니다. 일년에도 수억불이 군비확장에 들어갑니다. 지구적인 환경오염의 주범은 바로 군산복합체입니다. 미국은 지속가능한 국가로 지속될 수 없습니다. 미국도 소련처럼 50개국으로 분열되어야 합니다. 막연한 소망입니까? 미국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평화로운 세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지속가능성을 바탕에 두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살고있는 경제체제는 굉장히 폭력적인 형태입니다. 수력발전댐을 건설하고 유정을 팔 때 마다. 사람이 죽어야 합니다.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양껏 쓰레기 만들고 기름 쓸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해있는데 우리가 계속 지금처럼 살고자 한다면 지구는 그 자체로 아주 위험한 행성이 될 것입니다.
¨ 리카르도 나바로(Ricardo Navaro)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지구의벗(Freinds of the Earth)’은 그린피스(Greenpeace), 세계야생기금(World Wildlife Fund for nature)과 더불어 세계 3대 환경단체 중의 하나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두고 있다. 1971년 프랑스, 스웨덴, 영국, 미국 4개국의 환경단체에 의해 창립된 <지구의벗>은 현재 68개국에 지부를 두고 1백만 명의 회원과 함께 기후변화, 산림, 습지, 생물다양성 보전 등 국제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은 미국 퍼듀대학과 워싱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조국인 엘살바도르에서 교수로 재임하다 1980년부터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1995년 환경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상을 같은 해 유엔개발계획(UNEP)에서 수여하는 글로벌500인상을 수상했다. 1999년 11월부터 지구의벗의 의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