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보건의료 : 68운동과 보건의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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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보건의료 정책을 통해 바른 보건의료 정책을 모색하고자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주최로 열리는 ‘역사 속의 보건의료’ 기획 강좌 중 그 두 번째로, ’68운동과 보건의료운동’ 강연이 27일 저녁 서울대학병원에서 열렸다.

이 강연의 발제를 맡은 보건의료단체연합 박한종 정책위원은 “의료의 공공성은 수요 공급의 문제가 아닌 삶의 문제, 삶을 규정하는 가치의 문제와 접목되는 것”이라며 “프랑스 68운동에서 나타난 철학적 고민들이 보건의료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보건의료운동의 발전을 위해 68운동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자 한다”고 강연의 주제를 설명했다.

프랑스 68운동은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대학 점거 농성으로 시작으로 이후 천만명의 노동자가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거대한 사회운동으로, 전세계에 그 영향을 끼쳤다. 68운동으로 주도세력들이 즉각적인 정치권력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그들이 추구하던 일상성, 자율성, 신체성, 다양성 등의 사상은 이후 사회의 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

박 위원은 68운동이 보건의료에 끼친 영향을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로 나눠 설명했다.

프랑스 68운동, 의학의 전문주의 극복계기 마련

박 위원은 우선 긍정적 영향으로 68운동이 “의학의 전문주의를 극복하게 하고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68의 영향으로 건강의 문제는 건강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누가 건강을 말하는가의 물음으로 바뀌면서 의학이라는 담론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가 주된 관심사가 됐다”며 “전문지식에 입각한 지식으로서의 권력은 개인을 감시하고 훈육하는 것에서 벗어나 환자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며 자신을 건강의 주체로 재등장하게 했다”고 했다.

요컨대 기존의 환자-의사의 모델을 미시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는 의사는 전문주의적 도덕성과 지식 및 기술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는 ‘환자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질병이라는 사회적 일탈을 치유한다는 자못 기능주의적 모델이다. 환자-의사의 기능주의적 모델은 의사의 전문주의를 너무 피상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과 질병을 환자 외부의 것, 즉 생의학적 질병관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안정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셀 푸코가 ‘판옵티콘’이라는 원형감옥의 시선 문제를 통해 제기한 감시적 권력의 문제와 담론을 장악하면서 생기는 권력관계의 불평등이 의료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돼, 전문성 심화와 이에 따른 의료권력의 의료수혜자로부터의 격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이러한 철학적 흐름을 반영해 보건의료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자가치료와 대체의학, 예방 및 일차적 처치를 강화하는 공중보건 확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 등이라 했다.

자가치료와 대체의학은 환자의 주체성을 확대하고, 공중보건의 확대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여성과 장애인은 그 동안 남성중심의 사회질서에 억압당해 신체와 성(性)이 왜곡당하고, 의료서비스에서도 소외받아왔다는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신체적 편견 타파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대체의학집단의 규모와 경제적 역량이 늘어날수록 자가치료의 기능은 줄어들고 또다른 전문주의로 기울어져 가면서 예방과 일차적 처치에 중심을 둔 공중보건에의 치중은 자칫 의료의 전문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박 위원이 지적한 68운동이 보건의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박 위원은 “차이의 존중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극단적인 상대주의적 경향과, 반이성주의와 결합한 자율성의 경향을 띠게 된다”며 “극단적 상대주의의 입장은 전문주의의 극복이 아니라 전문가 및 전문지식의 부정으로 몰아가게 된다”고 했다.

의료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박 위원은 이러한 다양한 논의를 한국사회에 적용해 볼 때, “보건의료운동은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형성을 촉발하는 것을 포괄해야 하고, 이는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에 있어 새로운 흐름들이 제기한 건강의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그 대표적인 예로 의료소비자운동의 등장을 들며 “의료소비자운동은 건강의 문제에 있어 환자의 주체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의 주체적 참여야말로 건강의 문제에서 핵심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편 의료의 공공성 확대에 대해서는 “건강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