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및 약값을 폭등시키고 , 사회양극화 심화시키는 한미FTA 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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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FTA는 이미 그 사전조건으로 진행된 4개 분야의 양보협상 결과에서 밝혀진 것처럼 미국기업을 위해 한국 국민의 권리 및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의 주요의제에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전면적으로 상업화하고 미국의 의료제도를 강요하는 영리병원 허용 및 공적건강보험 축소와 약값을 폭등시킬 의약품 특허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지적재산권 강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한미FTA가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료비 폭등, 약값 폭등을 초래하고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를 전면적으로 상업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며 다음과 같이 한미FTA 반대 입장을 밝힌다.

  첫째 한미FTA는 한국의 의약품정책 주권을 박탈하고 미국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강화하여 의약품 가격 폭등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알려진 한미FTA 협상 개시의 사전조건으로 진행된 의약품분야 협상결과에 경악을 감출 수 없다. 협상 결과는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로 이루어진 건강보험재정으로 미국의 의약품을 구매하면서 약값을 깎으려는 모든 노력을 포기하며, 그 안전성을 점검하려는 노력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사실상 한국정부의 의약품정책의 주권 포기이다. 미의회 조사국(CRS)이 미국 의회에 보고 한 바에 의하면(별첨자료 1)  2005년 USTR 대표 포트만이 “의약품 문제에 관한 진전 없이는 FTA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고 하자 한국정부는 2005년 10월 통상현안점검회의를 통해 “당분간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신약 검사 시 식약청이 미 제약회사에 요구하는 자료를 축소할 것”을 미국정부와 합의해 주었다.  
  새로운 약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히 미국정부와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다. 더욱이 현재 약값 정책문제는 불필요한 의료비용 절감에 있어 핵심적 과제이다. 현재 한국의 1년 건강보험 재정 18조 원 중 30%인 약 5조 7천 억 원이 약값비용으로 지출이 되며 이 중 30%-50%가 다국적 제약회사에 지출된다.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중 10 -15%가 의약품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의약품 비용은 불필요한 지출이 너무 많으며 약가정책도 한마디로 지나치게 제약회사 봐주기 정책이라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신약약가 책정, 약가재평가제도, 현 네가티브 리스트의 입찰제 전환 등 약가정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고 복지부나 예산처 등 관련부서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미FTA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것을 합의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재정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약회사들에게 계속 퍼주기로 합의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한미FTA 협정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의약품 특허를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료독점권, 식약청․특허청 연계, 특허기간 연장, 복제의약품 개발예외(Bolar Exception) 불인정 등을 통해 의약품 특허를 강화하여 복제의약품 생산을 통한 약품가격의 인하를 막는 것이 한미FTA의 목적이다(별첨자료 2). 바로 몇 해 전 한국에서 만성백혈병 환자들이 고가의 글리벡 약가인하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질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와 싸웠던 일을 기억하는가? 바로 이러한 사례에서 보이듯이 의약품 특허권의 강화는 치료약을 두고도 돈이 없어 죽어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조치이다.  

  두 번째 한미FTA는 영리병원허용 및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통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전면적 상업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WTO DDA 협정이나 FTA에서 말하는 ‘의료서비스개방’은 단순히 미국의료기술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1차 예비협상에서 미국대표부가 주장한 바와 같이 ‘투자부문에서 미국국내법의 한국적용’은 의료분야에도 적용되며(별첨자료 3) 이는 의료분야에서 미국식 의료제도가 강요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의 병원에 대한 유일한 공공적 규제, 즉 병원의 비영리법인규정이 폐지를 의미한다. 현재 미국의 병원투자를 막는 유일한 조항이 과실송금을 불가능하게 하는 영리병원 불허규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리병원 허용은 미국병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병원에도 적용되는 제도의 변화, 즉 전면적 영리병원 허용을 뜻한다. 즉 병원의 기업화를 통한 전면적 의료 상업화조치를 의미한다.
  영리법인의 허용은 곧 병원이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의료기관들은 환자치료가 우선 목적이 아니라 최대이윤이 목표가 될 것이다. 기업화된 병원은 불필요한 진료를 늘리거나 병실료의 인상과 같은 불필요한 서비스를 늘리는 것을 통해 의료비 수입을 대폭 늘리려 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의 폭등을 의미한다. 의료비 폭등은 환자본인부담금의 상승과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로 귀결되며 이는 현재도 턱없이 모자라는 보험혜택의 대폭 축소를 뜻한다.
  한미 FTA는 또한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로 귀결된다. 한미 FTA가 초래하는 공적건강보험의 변화는 현재 판매되는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상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이 강요하고 있는 ‘미국식 의료제도’는 노인과 빈곤층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건강보험과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민간 보험회사들이 원하는 서비스 개방은 보험 분야에서 한국의 공적 건강보험의 해체를 통한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확대이며, 미국식 의료제도의 이식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한미 FTA는 GDP의 15%라는 막대한 의료비를 쓰면서도 전국민의 14%인 4.800 만 명이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고, 개인파산의 절반이 의료비 때문인 시장만능주의적 미국식 의료제도를 한국 보건의료체계에 이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마치 서비스 개방이 일자리창출과 고용을 창출할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의료 부문에서 안정적 고용창출이 가장 높은 나라들은 스웨덴이나 영국처럼 의료부분에 공공적 투자와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통해 일자리를 만든 나라들이다. 미국식 의료제도에 의한 의료부문의 고용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의 양산이며, 기존 의료분야의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강제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원들에게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즉 한미 FTA가 요구하는 영리병원 허용 등의 의료 상업화는 의료비폭등, 고용불안, 비정규직 양산과 이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최악의 의료제도이다.

  세 번째 우리는 한미FTA 사전협상으로 재개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인간광우병(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의 위험성에 전 국민을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가 모든 농장동물에 대한 육류 사료를 완전 금지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처럼 되새김동물이외의 다른 동물에 대해 육류사료를 허용하고 소에게도 동물성 사료의 완전금지가 아닌 부분금지조치만을 취하면 광우병 위협은 막을 수 없다. 미국조차 ‘농장동물에 대한 육류 사료 완전 금지’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워싱턴과 텍사스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은 그러나 이를 위한 법률을 입법예고만 하였을 뿐 이를 현재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복지부와 농림부만 이 위험성을 모른다는 것인가? 미국이 최소한의 육류사료금지 조치를 이행하기 전에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도살시 30개월 미만의 소는 아예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 광우병 잠복기간이 4-5년인 것을 고려해 볼 때 광우병이 걸려 있는 송아지라 할지라도 발견할 방법이 없다. 또한 검역시스템 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2006년 2월 1일 발표된 미 농무부 감사관실의 미국내 광우병 검역 시스템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도축시 특정 위험물질 제거 관리가 부적절하고,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를 식육처리 한 업체가 1/6에 이르며 육안검사로만 이루어지는 광우병검사 조차 단지 5-10%에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5년 2월 25일 미국회계감사원 보고서는 1만 4800개의 축산농장 중 2800개 농장이 99년 이후 미국의 불완전한 동물사료 금지조치조차 그 준수여부를 한 번도 조사받은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별첨자료 4)
  미국 내의 자체감사결과 보고서조차 광우병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고, 심지어 한국정부의 추가질문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답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정말로 용감하게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은 안전성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전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극히 위험한 행위임을 다시한번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미 FTA가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판단한다. 한 나라의 건강수준은 의료제도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건강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정책을 소득수준의 개선과 실업 문제 해결 등 사회불평  등의 해결에 두고 있다. 한미 FTA는 의료 상업화를 촉진시켜 의료분야에서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를 상업화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사회양극화를 더욱더 심화시킬 것이다. 이는 현재도 매우 심각한 건강불평등을 더욱더 악화시키고 대다수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다.

  한미 FTA는 단지 현재 존재하는 의료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FTA는 사전협상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의 보건의료정책의 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이며 또한 한국 보건의료제도를 전면적으로 상업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심지어 NAFTA에서 조차 예외로 규정된 보건 및 환경 분야가 FTA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전조건으로 양보했고, 의료를 포함한 공공서비스부문이 주요 개방과제로 거론하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단체들은 대다수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면서 까지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한국정부와 자국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한미FTA를 강요하는 미국정부에 강력히 항의한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한미FTA 저지를 위해 투쟁하는 단위들과 함께 연대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한 한미FTA 저지를 위해 투쟁할 것임을 이 자리를 통해 분명히 밝힌다. (끝)

2006. 3. 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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