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단독 상정을 강행했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지구적 전산업적인 경제위기가 되었으며, 많은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금융정책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에 빠져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의 총 집결점이며 구시대의 유물인 한미FTA 협정의 국회 비준을 강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경제가 최악의 불황에 빠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미국’과 ‘수출’이라는 철지난 주문을 외우고 있다. 국회가 한미FTA 비준을 빨리 하면 국민 혜택이 커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747공약 대국민 사기극으로 재미를 본 바 있는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를 하면 GDP가 6.0% 증가하고, 국내 일자리가 30~40만개 늘어나고, 소비자 혜택이 20조원 늘어난다는 근거 없는 데이터 조작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공격적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재협상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선비준을 통한 압박’과 같은 근거 없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에서 한미 FTA 협정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한국 사회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 민생경제의 파탄을 불러오고 말 것이라 믿는다. 한미 FTA는 공공서비스의 시장화와 민영화, 광우병 사태와 같이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국민기본권의 침해, 한번 완화된 규제는 다시 강화할 수 없는 래칫조항, 의약품 등 특허권·저작권의 강화, 농업 파탄, 투자자정부제소제도와 같은 국민주권의 침해 등 기업이윤이 최대로 보장되고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협정이며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더욱 더 강화하는 협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2의 촛불항쟁을 몰고 올 반국민적인 한미 FTA 협정 국회비준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한미 FTA 협정은 금융위기·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금융정책을 마비시킨다.
한미 FTA는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국가의 규제강화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협정이다. 한미 FTA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통화부도스왑(CDS)와 같은 금융파생상품, 그리고 우리 우량 중소기업에 치명적 타격이 되고 있는 KIKO등 환율 및 이자율상품에 대해 ‘신금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정책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이를 규제하려해도 투자자-정부 소송제(ISD)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통해 규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협정이다. 또 미국계 금융자본에 대해 예금자보호조치 등 금융건전성 규제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한미 FTA 협정은 현재의 금융위기·경제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오발탄이 되어 한국 경제와 서민들을 파탄에 빠뜨리고 말 것이다.
둘째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철지난 협정이다.
미국정부는 최근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자동차 빅3에 대해 147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미 FTA는 이러한 보호무역조치가 없는 것을 전제로 하여 미국자동차에 배기량기준 세제 철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기량 기준 완화 등 특혜를 부여하고, 스냅백(한국 측이 협정위반 시 2.5% 관세를 원래대로 환원하는 미국만의 일방조치) 조항 등의 독소조항이 삽입되었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미국에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공언해왔으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전면수입까지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국의 경제 상황과 정치상황이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의 실물경제위기로 인해 경제상황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이미 미국 내 현대자동차는 감산에 돌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수출증가를 비롯한 경제효과가 지극히 의문스러워진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이행될 경우 우리나라 GDP는 6.0% 증가하고, 국내 일자리가 30~40만개와 20조원의 소비자혜택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분석은 자의적인 과장과 자료 조작 등으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는 분석 상황자체가 바뀌었으므로 한미FTA 경제효과 분석을 새로이 하고, 기존의 심하게 과장된 효과분석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또 미국 내 정치상황이 변화되었다. 오바마대통령 당선, 민주당의 상하양원 장악 등 미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로 인해 미 통상정책의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현재로서는 그 변화방향이 여전히 불투명하므로 미국에서의 논의가 뚜렷해질 때까지 상황을 두고 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째 한국 측의 선비준을 미 의회 내지 행정부가 ‘압박’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한미 FTA 선비준이 압박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한국 측이 미국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하고 유의미하다고 인정하더라도 한국이 선비준하게 될 경우 그나마 마지막 카드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한미쇠고기 협상을 통해 미국정부를 압박한다는 것이 결국 한국국민에게 가져다준 것이 무엇이었는가? 미 육류기업에게는 최대의 이윤을 가져다주었지만 한국국민은 광우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쇠고기를 수입한 것 이외에 얻은 것이 없으며 이제 미국은 자동차 재협상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말하던 레임덕 시즌에서의 미국 의회비준을 할 수 있다던 주장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미국 측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가 명확한 상황에서 한국의 선비준은 마지막 카드까지 내버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다섯째 한국의 선비준으로 미국의 재협상요구를 막을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미 페루, 콜롬비아 의회가 미국과의 FTA를 비준했음에도 미국 민주당의 압박에 의해 결국 재협상하였고, 미국의 요구를 고스란히 수용하였으며 페루, 콜롬비아 의회는 이를 재비준하였다. 즉 선비준은 기껏해야 결국 재비준이라는 외교적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미 2007년 4월 한미 FTA 타결이후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등과 더불어 한국도 사실상 동일한 재협상을 한 바 있고 결국 미국의 요구가 거의 모두 관철된 전례가 있다.
여섯째 현재 한미 FTA는 미국 측의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측의 현재 관심사는 FTA가 아니다. WTO체제 자체, 통화체제 자체가 재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FTA는 후순위 국정과제일 뿐이다. FTA가 미국정부의 관심이 된다 하더라도 미-콜롬비아, 미-파나마FTA가 처리된 뒤 한국 측의 추가양보가 가시권에 들어 올 때 미국정부가 한번 생각해 볼 과제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이를 서두를 어떤 이유도 없다.
일곱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미 FTA를 포함한 통상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전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질서가 바뀌는 미증유의 경제위기이다. 이 경제위기 상황은 앞으로 몇 년이 갈지 모르는 상황이며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에 대한 파산선고가 곳곳에서 내려지고 있다. 지금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더 강화하려는 한미 FTA를 이런 저런 이유를 붙어 막무가내로 비준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전망에 대해 재검토할 때이다.
우리는 국회 한미 FTA 협정 비준 추진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당장 무너져가는 서민들의 삶을 지켜줄 국민구제 정책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금융자본에게 무소불위의 특권을 안겨주는 한미 FTA, 이명박정부의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시장화를 더욱 강화시켜 국민들의 삶을 파탄 낼 한미 FTA, 미국 거대 농축산기업에게는 최대의 이윤을 보장하고 한국 국민들에게는 광우병 위험과 같은 생명권, 건강의 박탈과 한국농업의 파산을 초래하는 한미 FTA, 양국 기업들에 대한 온갖 특혜조치로 국민기본권을 박탈하는 한미 FTA의 추진에 우리는 반대한다. 국회는 한미 FTA 추진이 아니라 당장 파탄 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 FTA 국회비준을 계속 추진한다면 이는 촛불항쟁과 같은 전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