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9일 한 보건의료인 은국씨가 전쟁과 한국 정부의 파병정책에 반대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신념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다. 이 젊은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인간방패로 맞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던 바그다드에 있었다. 그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악랄한 전쟁범죄의 가해자이며 파병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한국정부를 대신해 이라크 민중들에게 사과를 하고 보건의료인으로서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신념에 따른 선언이다.
은국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보건의료인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며 명분없는 전쟁에 희생되는 무고한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전평화운동에 헌신해 왔다. 특히 2003년 초 ‘이라크 평화진료단’을 꾸려 직접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료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이라크 민중들에게 한국은 전범국이라는 오명을 덧씌우는 것이기에 전쟁범죄의 동조자가 될 수 없다며 파병 반대의 목소리에 함께했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진지도 6년이 흘렀고 지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을 맞춰 다시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아프간스탄 점령을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재파병 정책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져가고 있다. 이런 시기 은국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반전평화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언이며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반대하고 한국정부의 재파병 정책에 반대한다.
군대는 전쟁을 생산하는 야만적인 기구이다. 또한 위계와 계급으로 점철된 군사문화는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을 양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인권 운운하고 있지만 한국은 징병제 국가 중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이다. 헌법재판소, 대법원,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권고도 무시하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체복무제의 백지화를 발표했다. 어이없는 국방부의 결정에 은국씨와 같이 군대를 거부하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징접 거부로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국방부는 자신들의 약속을 지켜야하며 군대를 거부하고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가는 서글픈 현실을 중단시켜야 한다.
전쟁은 평화가 아닌 희생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군대는 평화를 유지시키는 곳이 아닌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다. 전쟁과 군대 그리고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잔인한 전쟁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비단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이 아닌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서도 소중한 생명이 자본과 권력의 잔인함 앞에 희생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용산 철거촌 망루에 올라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테러집단으로 낙인찍으며 결국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부의 폭력은 국가권력이 국민들을 향해 벌이는 전쟁과 다름없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은국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며 모든 전쟁을 중단하고 한국군 파병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국방부는 종교를 포함 양심적 대체복무제를 조속히 도입하라.
2009년 2월 19일
은국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보건의료인
-단체-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중앙위원회,
-개인-
김진영, 최인순, 이상호, 송미옥, 홍춘택, 연미, 오민우, 황해평, 정동만, 신형근, 수미, 김진영, 강아라, 고경심, 김건우, 김나연, 김미경, 김미정, 김영순, 김정범, 김종명, 김철환, 노태맹, 문정주, 박일성, 박태훈, 백남순, 손미아, 송홍석, 신경목, 신인식, 이경주, 이상윤, 이종우, 이현희, 정백근, 정영진, 추호식, 최지영, 우석균, 김형성, 류재인, 김의동, 전양호, 조병준, 박대희, 정택수, 윤은정, 송일수, 김일권, 김이종, 장재혁, 강경남, 박 용, 이종우, 윤이서윤, 김휘수, 이은경, 유성기, 손정수, 윤진원, 박재만, 채진호, 임재현, 이상재, 이현준, 최규진, 김지선, 백용욱, 이정연, 오정원, 김민영, 김종명, 백용욱, 김규연, 이승홍, 최정식, 김동길, 최용준, 채민석, 이세영, 이지희, 정신석, 이보령, 권민정, 윤정원, 김승섭, 이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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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국가의 군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의사 은국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김도균 (capa1954)
▲ 2월 19일 오전 11시, 한의사 은국씨가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 김도균 은국
“나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과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들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이 나와 다른 것뿐이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나의 신념에 따른 행동에 대해서 실형을 선고하는 지금의 법은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억압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은국 29·한의사, 성을 쓰지 않음)
19일 오전 11시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카페 ‘샤’에서 한의사 은국씨의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작년 연말 국방부에서 대체복무 도입을 백지화한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선언이다.
은국씨는 입영일인 19일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밝혔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이왕 군대를 간다면 가장 강하다는 해병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그가 병역거부를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지켜보면서부터였다.
한의대 재학중이던 당시 반전 평화팀의 일원으로 한 달 가량 바그다드에서 활동했던 그는 미국의 침공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이라크를 빠져나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전쟁과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안했지만 마음의 짐을 벗을 수는 없었다.
“이라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도 은국씨의 결심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한국은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후방지원을 했다.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였고, 그 때 난 마음먹었다. 이런 전범국의 나라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이런 은국씨를 지켜보는 어머니 윤혜숙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남들 다가는 군대를, 그것도 4주 군사훈련만 받고 지하철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라는 것도 마다했을 때, 정말 아들이 미웠다.”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악성 댓글도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은국씨의 인터넷 카페에는 ‘애를 어떻게 길러서 그러느냐? 에미가 오냐 오냐 하니까 자식이 제멋대로다’는 등의 비난 글들이 달렸다.
하지만 윤혜숙씨는 이런 질책과 비난들이 오히려 아들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굳히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아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가보았고, 아픔과 살상과 피가 흐르는 그곳에서 내가 모르는 것들을 느끼게 된 것 같다”며 “이해하기 어렵고 인정하기 힘든 길일지라도 난 아들의 신념을 믿기에 아들을 보낸다”고 심경을 밝혔다.
은국씨가 병역거부로 구속된다면 최소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살게 된다.
병역거부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60년 동안 병역거부로 전과자가 된 사람이 모두 1만 3천명, 최근 9년간만 5천여명이 수감되었다”며 “여론조사를 핑계로 대체복무제 도입 약속을 번복한 국방부의 행태는 시대를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와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 ‘보건의료인으로서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을 거부하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은국씨의 병역거부에 지지의 뜻을 밝혔다.
출처 : “파병국가의 군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