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군사정권하에서이긴 하지만 1977년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된 이후 1989년에는 지역의료보험이 도시지역에까지 확대 실시되어 전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되었고 마침내 2000년 7월에는 통합 일원화된 전국민 건강보험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통합 일원화된 국민건강보험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건강보험은 단지 수많은 질병보험중의 하나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사는 전 국민의 것으로 질병의 고통과 그로 인한 경제적 파산 등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그것도 사회적 연대를 통한 공적인 의료보장의 근간으로서 소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이젠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모습의 통합 일원화된 국민건강보험을 쟁취하기까지 10여 년, 그리고 그 이후 10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거나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농민 그리고 도시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사회보험조합 노동자와 보건의료노동자 들의 영웅적인 투쟁 그리고 이 땅에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에 헌신해온 많은 이들의 노력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역사에는 민중의 건강권을 쟁취하기위한 이들의 투쟁의 역사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첫째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이제 겨우 50%를 조금 넘기고 있지만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여전히 이 땅에는 많은 이들이 헌법에 보장된 바 국민 누구나 건강할 권리, 이 땅에 사는 사람 누구나 차별없이 의료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백만에 이르는 소위 차상위계층이라 불리는 이들이 형식상 건강보험의 보장아래 있지만 낮은 보장성으로 인하여 실제로는 건강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엿한 중산층이라 자부하는 이들도 집안의 한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보험적용되지 못한 고가첨단검사비, 선택진료비 입원비용 등으로 인하여 병원문턱에서 돌아서야 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합니다.
둘째 국민건강보험은 이름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의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명칭이 국민건강보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것이기는 커녕 정부의 것이며 자본가의 것이며 의료공급자의 것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의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가 그리고 건강보험의 운영은 누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아직도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본가가 건강보험에 감당해야할 몫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합니다. 특히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에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을 2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제대로 감당한 적이 없습니다.
셋째 지금까지의 건강보험의 소중한 역사적 성과를 음해하고 이를 무력화하여 과거로 되돌리려는 각종 반역사적 기도들 역시 극복하여야 합니다. 특히 보건의료서비스를 상품화하여 민중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는 커녕 이를 담보삼아 돈벌이를 획책하는 정부, 소위 비즈니스 프렌들리정부의 수구적인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막아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자리는 국민건강보험이 명실상부하게 보장성을 확대하고 국민이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통제의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건강과 생명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라는 민주헌법의 정신 그대로, 필요에 따라 차별없이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무상의료’가 이 땅에 온전히 실현되는 그날까지, 건강보험을 둘러싼 우리들의 보건의료민주주의 투쟁은 계속될 것임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건강보험통합 10주년 기념식, 대회사 : 보건의료단체연합 김정범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