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가 노무현 정부에게는 귀빈일지 몰라도 대다수 민중에게는 분노와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일 뿐이다. IMF가 어떤 기구인가. IMF는 98년 경제위기 당시 한국민중에게 지울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한 장본인이며, 지금도 제3세계 국가들은 벌어들인 수입을 IMF 외채상환 부담에 써야 하기 때문에 매일 1만 9천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2초에 한 명 꼴로 보건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2월 26일 청화대 입구 정부합동청사 앞에서는 IMF 총재 방한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IMF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된 10시를 기해 이루어진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는 아래로부터 세계화, 민중연대, KOPA, 보건의료단체연합ㆍ문화연대ㆍ전국공무원노동조합ㆍ학생연대회의 등 80개단체 1백여명이 참여해 IMF총재의 방한 반대와 지난 외환위기 때 IMF가 한국정부가 요구한 구조조정이 한국민중에게 초래한 고통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이경해 열사가 칸쿤 투쟁에서 구호를 외쳤듯, WTO체제에서 FTA까지 그들이 말하는 ‘자유무역’이란 초국적 자본이 제3세계 곡물ㆍ자본시장, 그리고 지적(知的) 시장까지 손아귀에 움켜쥐려는 움직임의 포장에 다름아니다”라며 “IMF는 이미 ‘기구’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도구’가 된지 오래됐으며, 한국민중들은 쌍무협정ㆍ다자간협정 등 이들 초국적자본의 지배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영구 아래로부터세계화 운영위원은 “IMF는 이미 30년전에 자기 역할을 다했으며, 미제국주의자와 국제고리대금업자를 대행하여 제3세계 국가를 탄압하는 무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와서 한 일이란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을 억압한 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보건의료실태에 대해 언급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변혜진부장은 “IMF는 국가에게 건강보험재정ㆍ의료보장축소, 보건소 민영화 등을 김대중 정부에게 ‘권고’했으며 또 위험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권고, 결국 산재사망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이미 세계민중들은 ‘IMF없는 세계는 가능하다’며 반세계화 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IMF총재 방한 규탄기자회견’에는 영국 반전ㆍ반세계화 단체 “저항의 세계화”가 한국민중들의 반IMF 투쟁에 대한 연대메시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강내희 FTAㆍWTO반대국민행동, 문화연대 공동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날 집회참가자들은 “농민들의 절규에 찬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한칠레FTA와, 뒤이어 추진되고 있는 한일ㆍ한싱가포르 FTA, 환경과 농업을 파괴하고 모든 공공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WTO도하개발 의제의 충실한 이행, 전 부문에 걸친 상시적 구조조정,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노동유연화 등, 노무현 정부는 IMF가 강제하고 김대중 정부가 수행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보다 확대ㆍ강화하고 있다”라며 △IMF 호르스트 쾰러 총재는 IMF구조조정이 민중들에게 초래한 고통에 대해 사죄할 것 △노무현 대통령과 IMF총재의 만남을 반대하며, IMF총재가 한국을 즉각 떠날 것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