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산재보험 제도혁신은 기업과 근로복지공단의 책임강화가 되어야 한다 ———————————-
1. 노동부는 지난 3월30일 제2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산재보험 제도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제도의 혁신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고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2. 현재의 산재보험 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노동부에서 산재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노동부에서 밝힌 산재보험 제도 혁신의 기본 방향을 살펴볼 때 우리는 노동부의 산재보험제도의 변화방향이 산재보험의 문제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보면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3. 현재 산재보험 제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산재처리율이 18%에 불과할 만큼 산재처리과정의 장벽이 높다는 점, 일단 산재판정을 받아도 입원을 하지 않고서는 휴업급여를 받기 힘들어 원치 않는 입원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극히 불충분한 산재보상, 정부 공식통계로도 30%가 되지 못하는 낮은 원직장 복귀율 등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제시한 산재보험의 문제점은 오히려 이런 원인을 도외시한 채 재정이 모자란다는 점이 주된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4. 문제는 노동자들이 산재로 인해 산재보상을 많이 받고 치료를 너무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산재승인과정이 어렵고 일단 산재승인을 받아도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면 휴업급여를 받기 힘들며 막상 퇴원을 하면 재활체계가 갖추어져있지 않아 원직장 복귀가 어려운 현실에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병원에 입원한 산재환자들만의 문제를 보는 것은 문제의 결과만으로 문제를 추정하는 것에 그치기 쉽다. 문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산재보험제도의 보장성이 극도로 낮은 것이 그 근본원인임이 분명해짐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산재보험제도의 효율화를 말하면서 지금도 부족한 산재노동자의 보상을 줄이겠다는 것을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동부의 해법처럼 기업의 산재에 대한 책임을 줄이고 그들의 산재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개혁이라면, 이는 문제의 원인을 회피하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희생당한 산재노동자들을 다시한번 희생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5. 또한 산재보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노동현장의 열악함이 반영된 것이므로 정부와 기업이 산업안전보건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한 늘어나는 보상금은 필연적이다. 예방에는 아무런 힘을 기울이지 않고 나가는 보상금만 줄여보려는 ‘혁신’은 정부와 기업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산재보험제도의 혁신은 산업안전보건의 강화 없이는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다. 노동부의 문제인식이 재정의 절약에만 있는 한 ‘양질의 의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여 조속한 사회복귀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혁신’ 한다는 노동부의 ‘산재보험개혁’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요양 및 휴업 급여 등의 제공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의도로 악용될 가능성 있음을 우리는 경계할 수 밖에 없다.
5. 특히 최근 산재보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고 이에 대한 시정이 시급한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해가려는 기업주들과 언론의 움직임에 우리는 매우 큰 우려를 표한다. 이른바 보험사기는 어떠한 보험에서도 존재하며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은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에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보험사기의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산재보험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다. 현재 산재보험의 가장 큰 문제가 몇몇 노동자들이 ‘가짜 환자’가 되고 과다한 급여를 받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고도 산재보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 서비스를 받더라도 제대로 된 요양, 재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산재를 당하는 순간 다시는 노동할 권리를 되찾지 못하는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6. 우리는 노동부가 구성한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가 기업주들의 구미에 맞는 산재보험 ‘개악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한 진정한 개혁안을 만들기를 바란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산재노동자들에 대해 정부와 기업주가 할 일은 이들의 고통을 덜고 재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일이지 이들을 마치 도덕적 해이자들로 취급하면서 다시 한번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의 앞으로의 활동을 전국의 노동자들과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산재노동자들과 함께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2005. 3. 31
노동건강연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