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거부 직원 쫓아내려 미행·감시”
인권단체, KT 인권침해백서 발표… KT “사실무근” 반박
“명예퇴직 거부하면 상품판매전담팀 발령, 미행에 감시까지” / 김도균 기자
KT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한 차별과 감시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사측의 부당행위로 인해 상당수 직원들이 우울, 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KT는 인권침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34개 인권단체로 이루어진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14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상품판매전담팀(이하 상품판매팀) 직원들에 가해진 여러 인권침해 사례들을 모은 백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석회의는 “KT는 2003년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상품판매팀에 발령을 내는 한편 퇴출을 종용하기 위해 차별과 감시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명예퇴직 거부한 직원들 상품판매팀으로 발령 후 차별·감시”
백서는 연석회의가 상품판매팀 직원 250여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 조사 결과와 직원 188명을 대상으로 한 다면성 인성검사(MMPI) 결과로 구성되어 있다. 백서에 따르면, 상품판매팀 직원들은 판매 목표 설정 및 실적관리, 인사고과에 있어서 일반 영업직원들과 차별을 받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다른 영업직원들과는 달리 영업지원비를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과도한 목표를 연간계획서에 포함시킬 것을 종용받았다. 일반 영업직원들은 연간계획서 제출시 상품판매를 4000만원 규모를 기준으로 제출하도록 하면서도 상품판매전담 직원들에게는 6000만원을 기준으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대구지역의 한 직원)
“상품판매전담팀에는 목표를 일반 영업직원들보다 많이 설정한다. 예를들어 일반영업직원이 10건이면 우리는 15~20건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개수를 많이 팔아도 목표대비 실적은 떨어지게 된다. 내가 팀에서 2번째로 많이 팔았는데 목표 대수에 70%밖에 안됐다.”(충남지역의 한 직원)
이 때문에 상품판매팀 직원들은 목표대비 실적 부진으로 인사고과에서도 차별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백서에 실린 상품판매팀 직원들의 인사고과 결과를 살펴보면 최상위등급인 ‘S’를 받은 직원은 한명도 없고 최하위등급인 ‘D’는 전체의 74.81%인 300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상품판매팀 직원들에 대해서는 근무태만이나 업무 불성실에 대한 감시도 강화됐다.
“지난 3월 대중탕을 자주 드나들면서 판촉활동을 했는데 이 문제로 감사실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게됐다. 그 과정에서 감사실 직원은 3월 9일부터 3월 31일까지 나를 미행하면서 사진 촬영한 채증자료를 제시했다. 그 직원은 내가 길을 가다 과일을 샀던 일, 어느 하루 검은 옷을 입는 사실 등 내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례를 발표한 KT전북본부 소속 박은하씨는 “이 일로 충격을 받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현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아 요양 중에 있다.
“감사실 직원, 길가다 과일 샀던 것까지 알고 있어”
연석회의 측은 이러한 감시는 KT가 상품판매팀 직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연석회의 측이 입수한 문서에는 “상품판매전담 직원에 대한 관리의 최종 목표는 ‘퇴출’이므로 근무태만, 업무 불성실 등에 대한 채증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가 담겨있었다. 이 문서는 한 지역 본부장이 영업국장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연석회의는 또 이러한 차별과 감시로 인해 상품판매팀 직원들 상당수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지난 11월 직원 1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검진 결과에서 다면성인성검사(MMPI)를 받은 직원들 중 45%(84명)가 우울, 불안, 긴장, 공포, 피해의식, 신경과민 등의 임상척도에서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였다.
검사 결과를 분석한 배기영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검사 대상 직원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미행 감시를 당하는 등 소외되고 고립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한 결과 정신병적 상태에까지 이른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절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시급히 정신과적 치료가 필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다.
연석회의 측은 지난 6월 22일 노사 합의로 상품판매팀이 해체된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인권개선을 위한 KT의 특단의 조치와 함께 국가인권위의 적극적인 조사, 치유대책 마련 등 3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KT “인권 침해 없었다”
그러나 KT 측은 상품판매전담팀 직원들의 퇴출을 종용하기 위해 차별과 감시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감사실이 직원들에 대해서 업무 감독을 하는 것은 실적이 낮고 외부 영업활동 중 사우나에 가는 등의 제보가 접수된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모든 직원에 대해 인권을 침해할 정도로 광범위한 감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영업직원 실적이 좋으면 회사로서도 이익인데 상품판매팀을 차별해서 일부러 실적을 못내게 한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 관계자는 “우리의 조사결과가 KT의 입장과 차이가 많다면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의 기관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서 사실을 꼭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2004/12/14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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