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100% 지원, 건강보험이 살 길”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가 말하는 건강보험 ‘암 부터’ 지원해야 하는 이유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사진=정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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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흑자 어떻게 쓸까요?
암 부터 100% 지원
암을 포함한 희귀 중병 환자들에게 나누어 지원
출산, 치과 치료 등 가장 많이 쓰이는 의료서비스부터 지원
“갈수록 보험료는 오르는데, 개인이 큰 병에 걸리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가계가 파탄나는 세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저항감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암 100% 무상 진료를 실현은 국민들로부터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건강보험이 살 길 입니다.”
1조 3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 흑자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부조리한 의료 정책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강주성 대표는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암 치료 100% 지원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건강보험이 신뢰받는 국가 정책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희귀 질환 환자들도 많은데 왜 하필 암부터 우선 지원하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이라며 “암은 질병의 종류와 환자 수, 전체 의료 수가 등에 대한 추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암 지원을 제도화한 다음 다른 질병들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 걸리면 막대한 치료비로 가계가 파탄나는 중증 질환 가운데 암은 가장 대중적인 질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다수의 환자에게 ‘소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흩뿌릴 것인가, 아니면 ‘암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중증·고액 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을 집중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는데도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는 불안정한 건강 보장 체계를 사보험이 공략하고 있다”며 “건강 보험이 치명적 질병에 대한 보장성을 늘려 나가면 서민들의 진료비 부담 뿐 아니라 사보험 부담도 줄어들게 돼 서민가계에 일석 이조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무상의료가 가능한 사회를 꿈 꾼다”고 밝혔다. 암 무상 진료는 무상 의료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것.
강 대표는 또 “암 100% 지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택진료비, 병실료, 식대 등 비급여 부분에 대한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가능하다”면서 “따라서 암환자 지원 문제가 단순히 암 환자들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감기약 아끼자고 보험드는 사람 있나”
“보장성 강화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 떨어져”
=1조 3000억원의 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암 치료 환자들을 100% 지원하자고 하고 있는데,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지난 해 암 환자에게 쓴 돈이 8200억 정도였다. 현재 암 환자들은 전체 치료비의 50%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현재 건보재정에서 암 지원에 쓰는 돈이 82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8000억 정도를 추가로 배정하면 암 환자들이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건강 보험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유는 보험료는 자꾸 오르는데 무엇하나 확실하게 보장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보험을 드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감기약 값 아끼겠다고 보험 드는 사람 있나. 암이나 희귀 질병 등 치명적인 질병을 얻었을 때 확실한 보장을 받기 위해서 보험을 드는 것 아닌가. 그런데 건강보험은 이런 부분이 매우 취약했다. 이번 재정 흑자를 암 보장과 연계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다.
건강보험이 위기라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강제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 만약 강제적으로 가입해야 하는게 아니라면 안 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건강 보험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보험보다 적은 돈을 내고도 보장되는 질병이 많다면 건강보험료 만원, 2만원 오르는 것을 아까워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거다.
초음파 하나만 보험적용해도 보험 재정 소진
“암치료 지원 시작은 무상 의료로 나가는 첫 걸음”
=암이 대중적인 질병이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은 감기나 출산 서비스처럼 가입자 대부분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의료 서비스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적 보험은 무엇보다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시각 때문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는 기계적인 형평성에 입각해 모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의료 서비스에 돈을 흩뿌렸다면 지금은 집중을 해서 큰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음파에 보험 적용을 한다고 해보자. MRI에는 보험이 적용돼서 2000억원 정도의 재정이 들어가는데 초음파는 아직도 보험이 안 된다.
암 치료보다는 초음파가 시장 규모가 더 크다. 병원 갈 때마다 초음파를 찍자고 하는 의사들이 많아서다. 과잉진료가 남발되면서 초음파 시장 규모가 1조 3500억이다. 기형적으로 비대하다. 만약 초음파를 비급여로 하게 되면 건보 흑자분이 모두 소모된다.
보험을 드는 입장에서 초음파 찍을 때 보장을 받는 게 좋을까, 혹시라도 암에 걸렸을 때 보장이 되는 게 좋을까?
건강보험은 특정 질환부터 시작해서 보장의 집중성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암 보험을 들고 있다. 집중성을 강화하면 암 환자에 대한 진료비도 경감되고 국민들이 암 보험을 들 필요도 없으니까 일석이조다.
= 일부에서는 희귀 난치병 환자들도 가계 파탄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암만 지원하자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왜 ‘암 환자부터’인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암부터 합시다’라고 하니까 왜 암만 지원해주느냐고 따지는데 오해다. 암만 하자는 게 아니라 암부터 하자는 거다.
암은 매우 대중적인 질병이다.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듯이 암도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희귀 질병 같은 경우는 아직 어떤 병이 있는지 전국에 몇 명이 앓고 있는지 조사가 잘 안 돼 있다.
복지부가 99개 난치질환을 발표했는데 실제 난치병 종류는 훨씬 많다. 전국에 환자가 한 명 는 병, 세 명 있는 병도 많다.
그런 병들은 일단 현황 파악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다음 그런 질병들까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우리 단체의 생각이다.
“중대상병 보상제 도입으로 무상의료 실현해야…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없을 것”
= 결국 암 환자들이 다른 병 환자보다 많다는 ‘다수 논리’로 소수의 희귀 질병자들은 소외된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암부터’라는 슬로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중대상병 보상제다. 암 환자들이 돈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만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데 대만의 경우는 암이나 희귀 질환으로 입원하게 되면 한 번 입원할 때 80만원까지 본인이 부담을 하도록 한다. 또 1년에 몇 번씩 입원을 하더라도 본인 부담금의 총합은 130만원 정도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돈은 내지만 가계가 파탄 날 정도의 부담은 없도록 하는 것이다.
= 정책 당국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걱정스럽다고 한다. 실제 그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감기는 의료 쇼핑을 할 수 있지만 희귀 질환은 의료 쇼핑이 안 된다. 다만 공급자인 병원에서 과잉 진료 할 수는 있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없다고 봐도 좋다.
병원 측의 도덕적 해이는 감독 기관이 감시해야 한다. 지금도 심평원에서 보험료 청구 내역을 심사하고 있다. 암 치료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된다면 심평원의 조직과 업무를 더 강화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지 무턱대고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한 해 흑자가 났다고 1조 규모의 지원을 늘리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음 해에도 이 정도 흑자가 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 때문인데…
많은 분들이 내년에도 돈이 남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현재 수준으로 보험료를 걷고 의료 수가를 유지한다면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간병인 문제 대두되니까 간병보험 출시돼”
“공적 영역에서 저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 왜 사보험에 의존하나”
=건강 보험에 대한 불신이 사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건강보험의 취약한 부분을 사보험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가 간병인 문제를 제기했는데 현재 건강보험제도는 간병을 의료 개념으로 보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까 한 보험사에서 간병 보험 상품을 냈더라.
사보험 시장의 영역이 공보험으로 흡수되면 그야말로 100% 무상진료가 가능하다. 건강 보험료 만원을 올리면 해결되는 문제가 사보험으로 가면 10만원을 내게 된다.
공보험은 100을 받아서 95를 가입자에게 돌려준다면 사보험은 사업비, 홍보비, 인건비 명목으로 50원 이상을 가져간다. 그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거다.
우리 국민들이 사보험에 내는 돈이 너무 많다. 만약 국가가 주택, 의료, 교육을 다 보장해준다면 월급의 반을 못 내겠나.
정부 암환자 100% 지원 못하는 속내는…
“비급여 항목에서 마음대로 가격 정하던 병원들 공공 규제 받기 꺼려해”
=현재 복지부에서는 현재 암 환자들이 내고 있는 돈의 50%까지는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100% 지원은 아무래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병원, 보험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아무도 우리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여론의 질타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암에 대한 100% 지원이 논의된다면 병원 측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암환자들이 내는 병원비의 대부분은 선택진료비, 병실료, 식대다. 결국 우리가 제기해왔던 6인실 문제, 선택진료 폐지 등 의료제도 전반의 문제들이 함께 풀려야 가능한 것이다.
현재 병원들은 선택진료제나 식대, 2인실 같은 비급여 부분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 보험 적용이 되면 일정한 수가가 정해져야 하는데 병원들이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이익을 내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공공의 감시를 받게 되면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암 환자 무상치료는 1조원의 예산이면 되는데 지금까지 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의아하다.
외환위기 때 대기업들이 쓰러지니까 공적자금까지 투입해서 살려 놓았던 정부 아닌가. 저소득층들이 암 같은 질병에 걸리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빈민층으로 전락하는데 이를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건강보험이 보장성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사보험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병원이나 보험사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암 치료 지원 확대가 건강 보험이 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