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통신)
의료계, 내년부터 피말리는 전쟁터
영리법인 허용·광고규제 풀리면 무한 경쟁체제 돌입 (헬스통신)
김상기기자 bus19@ehealthnews.net
앞으로 병의원들이 무한 경쟁체제에 내몰린 전망이다.
국내 의료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개원이 급증하면서 환자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체제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형병원이나 의원이 속속 문을 닫는 등 병의원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의료계가 총성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제로섬 게임’에 생존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복지부는 13일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방안의 핵심은 의료기관이 일반 기업체처럼 외부자본을 유치해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병원의 환자유치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은 결국 대기업 등 기업체의 병원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삼성과 현대 등의 대기업은 지난 90년대부터 병원사업에 뛰어들어 의료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여기에 예전부터 병원사업 진출을 노려왔던 다른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설립할 경우 기존 병원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비영리법인도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채권발행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끔 허용되면 경쟁력을 갖춘 병원을 중심으로 속속 영리법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예네트워크 등 일부 병원들은 영리법인 허용에 대비해 주식회사형 병원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기업이나 증권시장의 자금 등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설립되는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이 들어서 의료시장을 잠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영리법인 병원과 민간보험사간의 전략적 제휴도 구체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와 대기업 병원이 손을 맞잡고 환자유치에 나설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것이다.
이전부터 민간보험사를 운영하는 일부 대기업이 이를 염두에 두고 병원설립에 관심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체가 설립한 영리법인 병원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병원들 역시 시설확충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려 나설 것이고, 결국 병원간 무한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럴 경우 시설이나 인력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병원은 도태돼 의료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광고의 규제완화도 병원간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TV와 라디오 등 방송매체 광고를 허용하고, 병원의 시술방법이나 의사의 학력 등에 대한 광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의료광고 규제완화가 논의되고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광고규제가 풀린다면 자본력이 튼튼한 병원들은 광고를 위해 첨단의료장비와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할 것이고, 이에 따라 병원간 시설 및 인력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2~3년 이내에 의료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병원과도 경쟁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을 시발점으로 해외 유명병원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경우 국내 병원들과 환자유치를 위한 의료서비스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의료계는 냉혹한 시장경쟁체제로의 전환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2005/05/14 08: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