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공성 무너뜨리는 영리법인화 철회하고 공공의료 확충하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에 대한 참여연대 논평
사회복지위원회 2005-05-13
오늘(5/13) 보건복지부는 의료자본의 대규모 조성을 위한 영리법인 허용과 외국인 의사의 국내 거주 자국인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 허용, 의료기관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집중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여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허용도 부족해 의료기관을 영리법인화하겠다는 것으로 의료정책의 공공성 포기를 선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참여연대는 공적 건강보험제도를 붕괴시키고,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부추겨 서민․저소득층의 의료소외를 더욱 심화시킬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즉각 폐기하고,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등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현 정부의 공약사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그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허용문제를 포함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 허용(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폐지)에 대해 누차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것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보험수가제는 건강보험의 골간을 이루는 제도로서 이를 폐지하는 것은 공적 건강보험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이에 더해 공공의료기관의 비중과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자본을 끌어와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의료정책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병원의 영리법인이 민간보험회사와 제휴해서 환자 유치전략을 펼칠 경우 민간보험의 확대와 공보험제도의 타격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보완적 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이라고 발표할 경우 부딪힐 반발을 우려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제 겨우 공공의료 확충에 나서려고 하는 시점에서 민간의료보험과의 보완적 관계를 왜 정부가 나서서 걱정하는가. 지금 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건강보험이 제 기능을 회복토록 하고 의료공공성을 확충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 방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고 하나 이를 수긍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환자가 공보험의 적용을 받는 병원을 찾아 헤매거나,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의료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의료서비스 개선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비요양급여 기관의 확대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그간 보험사들을 비롯한 재계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개편방안은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굴복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조절 장치가 없이 시장의 논리에 지배당하고 있고, 지역별 진료부문별 의료공백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1977년부터 시행한 의료보험 하나만 믿고서 의료서비스 공급을 민간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왔다. 그 결과 의료보험이 시행될 때만 해도 20%가 넘던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지금은 9%에도 못 미치는 비참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간의료기관이 비영리법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시장이윤을 마구잡이로 추구할 때 정부는 이들의 행위를 관리·통제할 생각은 하지않고 의료보험만 붙들고 역할을 방기해왔다. 정부가 정작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야 할 영역은 방기한 채 의료의 시장화와 산업화 운운하는 것은 공공의료정책의 명백한 포기일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자 침해이다. 참여연대는 공공의료정책을 파괴하는 영리법인 허용방침의 즉각적인 철회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끝으로 최근 기획예산처 등의 보육료 자율화 도입 주장에서도 나타나듯, 보육, 교육, 의료 등 핵심적인 사회정책 영역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시장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말로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공공성 강화를 얘기하면서 자본의 이해와 논리를 따라 다니는 노무현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엄중히 규탄한다. 특히, 우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 정부인사중 가장 개혁적인 인물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난 대통령 선거당시 공공의료기관 30% 확대를 공약했고, 틈만나면 양극화 해소와 빈곤탈출을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의는 무엇인지 심각히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