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삼성생명-삼성병원 중심의 ‘삼성 의료공화국’ 구축중”

“삼성생명-삼성병원 중심의 ‘삼성 의료공화국’ 구축중”  
  ’건강보험 무력화’ 시도?…총리실에 삼성생명 직원 파견

  2005-09-13 오후 2:47:59      

  

  
  삼성이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등 공공의료 체계를 무력화하고 이를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두 축으로 하는 ‘삼성 의료 체계’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이런 삼성의 움직임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통해 탄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 내의 건강보험 테스크포스팀에 삼성생명 직원이 파견돼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삼성생명-삼성병원을 두 축으로 한 ‘삼성 의료체계’ 추진 중”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중의료연합은 1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삼성생명이 작성한 <민영 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내부 전략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생명의 보고서의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기존 국민건강보험과 의료전달 체계를 대체하는 삼성 의료체계 구축”을 의료 분야의 최종 목표로 상정하고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 의료보험을 추진하는 6단계 중에서 4단계는 이미 달성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대신할 ‘삼성 보험체계’를 구축하고,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기존 의료전달 체계를 대신할 ‘삼성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진행하겠다는 것.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이미 삼성의 구상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런 삼성 의료체계에서 국민은 미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의료보험료와 낮은 의료보장, 민간 보험회사의 횡포에 맨몸으로 내맡겨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생명, 민간 의료보험의 30% 점유…서울 소재 병원 20%는 삼성 연계 병원
  
  이 보고서는 이런 ‘삼성 의료체계’를 위한 준비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했다.
  
  그 첫 단계는 민간 의료보험 상품의 개발과 확산.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구축하고 고소득 계층 등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국민건강보험과 전면적인 경쟁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제도적 미비점을 꾸준히 보완해 왔고 현재 전체 민간 의료보험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병ㆍ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각종 의료기관 및 병ㆍ의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이 단계 역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소재 병원의 19.3%, 의원의 6.6%가 삼성병원과 연계된 병ㆍ의원이다. 특히 고급의료 수요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 일대는 이 비율이 더욱 높다. 삼성은 이에 더해 전국 주요 대형병원에 삼성생명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대형 병원과 연계해 각종 의료 관련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 단계는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인 삼성 의료체계의 구축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삼성병원-삼성보험 가입자-삼성생명’이 직접 연결되는 미국식 관리 의료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
  
  미국에서는 전 국민의 50%가, 보험 가입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병ㆍ의원을 이용하고 해당 병ㆍ의원에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의 민간 의료 체계에 편입돼 있다.
  
  ”삼성생명 직원이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 건강보험 TF에 파견”
  
  더 큰 문제는 이런 삼성의 구상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미 삼성이 추진하는 국가 의료보험 체계 장악을 위한 6단계 계획은 노무현 정부를 통해 4단계의 8부 능선을 넘었다”며 “특히 이 정부는 사적 의료보험을 확대한 데 이어 영리병원 허용,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뜻까지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무조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료를 지원 받는 대신 의료수가나 진료지침 등에 대해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정부는 현재 제주도를 특별 자치도로 만드는 계획을 통해 이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또 “이와 같은 각종 법ㆍ제도 변화를 추진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의 건강보험 TF가 공무원 2인과 삼성생명, 대한생명 직원으로 구성된 것이야말로 삼성의 구상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때문에 탄력을 받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이 공개한 규제개혁기획단 위원 명단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김 모 차장이 기업 몫으로 건강보험 TF 4인 중 1인으로 들어가 있다.
  
  ”삼성 구상은 미국식 ‘의료 양극화 사회’로 귀결될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진석 충북대 의대 교수는 “삼성의 구상은 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이 지배하는 미국식 기업형 의료체계로 가자는 것”이라며 “미국의 의료체계는 의료 양극화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의 20%에 이르는 월 1500달러(150만 원)의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그 혜택은 우리나라 건강보험보다도 작다”며 “개인 파산의 50%가 질병과 의료비 때문인데 그 규모만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미국의 실상을 공개했다.
  
  그는 또 “미국은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일부 취약계층만 국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15% 이상인 5000만 명 가량이 어떤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의료보장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국내 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건강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삼성의 구상과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부유한 재벌 의료체계와 가난한 국가 의료체계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 등 재벌은 큰 이익을 얻겠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대다수의 서민이 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