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황우석 사단’ 불법연구…정부, 묵인하고 수억 원 지원

    
  ’황우석 사단’ 불법연구…정부, 묵인하고 수억 원 지원  
  333억 지원 연구 65%가 ‘윤리 규정’ 무시…환자 2명 사망도

  2005-09-28 오후 2:50:02      

  

  
  ’황우석 사단’의 일원인 일군의 생명과학자들이 수행해 온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법 규정을 위반한 ‘불법 연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런 불법 사실을 묵인한 채 수억 원의 연구비까지 지원해 왔다.
  
  ’황우석 사단’ 미즈메디병원의 불법연구…정부 묵인하고 수억 원 지원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28일 “황우석 사단의 일원으로 주목 받아 온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인간 배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과기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도 받지 않은 노성일 이사장의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해 지난 4월 22일과 7월 18일에 각각 1억7500만 원씩 총 3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 배아 연구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뒤에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승인되지 않은 연구에 과기부가 연구비를 지급한 사실을 복지부도 이미 인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없이 연구비가 지급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민주노동당에게 공식 해명했다. 정부가 ‘불법 연구’ 사실을 묵인하고 연구비까지 지원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7월 29일에야 이 연구에 대해 ‘검토 보류’ 판정을 내려 승인을 거부했으나 연구비 회수 조치 등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과학기술 담당 한재각 연구원은 “승인을 거부한 뒤에도 복지부가 맹목적인 줄기세포 연구 육성 시각에만 매몰돼 제 역할을 못하고 사실상 불법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성일 이사장의 이 연구는 생명윤리법의 첫 번째 위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 문신용 교수도 윤리 규정 뒷전
  
  ’황우석 사단’의 또 다른 일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문신용 교수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규정을 무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줄기세포 연구사업을 총괄하는 과기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단장이다.
  
  문 교수는 지난 4년간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오면서 현재까지 총 3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문 교수는 2002~2004년 3년 동안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 판정을 3차례나 받았으나 이를 계속 무시하고 연구비를 집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올해는 ‘보완 후 승인’ 판정을 받아 윤리위원회의 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나 연구비는 그대로 집행됐다.
  
  문 교수의 연구는 인간 배아 등으로부터 직접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으로 윤리적으로 가장 민감한 연구에 해당한다.
  
  더 한심한 것은 문 교수 본인이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 위원이라는 사실이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으로부터 정부 돈을 지원받는 연구들이 윤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관리ㆍ감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부터 윤리 규정을 뒷전으로 미뤄둔 것이다.
  과기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는 연구 계획서를 심사해 △승인 △조건부승인 △보완 후 승인 △부결 △승인된 연구의 중지 또는 보류 등의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조건부 승인’은 지적된 조건을 만족시키면 윤리위원장과 간사가 다시 확인해 승인할 수 있고, ‘보완 후 승인’은 보완 후 반드시 윤리위원회에서 재심사해 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333억 지원받은 163개 연구 중 윤리규정 준수는 18.5% 불과
  
  국내 인간 배아 연구를 대표하는 ‘황우석 사단’의 일원들부터 윤리규정을 무시하고 있으니 다른 생명과학자들이 윤리규정을 허투루 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과학기술부로부터 지난 4년간 333억 원을 지원받고 있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 232개 연구 중에서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은 연구는 전체의 18.5%인 43개에 불과했다. 이렇게 승인을 받은 연구는 전체 연구비의 17.6%인 5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조건부 승인’, ‘보완 후 승인’ 등으로 분류돼 승인되지 않은 연구 과제는 전체 과제 중 70.3%인 163개나 된다. 이는 전체 연구비의 65.5%인 219억 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꼭 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완 후 승인’으로 분류된 연구도 35개 46억 원에 달했다.
  
  윤리위원회 지적 매번 무시…윤리·안전장치 ‘무력화’
  
  더 큰 문제는 문신용 교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수의 연구들이 윤리위원회 지적을 무시하고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2002년 윤리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36개 연구 중에서 보완 자료를 제출한 연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보완 후 승인’ 판정을 받은 1개 연구는 재승인 절차를 꼭 거쳐야 하지만 아무런 제제 없이 2002년 연구비가 집행돼 연구가 그대로 수행됐다.
  
  생명윤리법이 시행되고 생명윤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올해도 이런 상황은 그대로 반복됐다. 올해 윤리위원회 심사 결과 ‘조건부 승인’과 ‘보완 후 승인’을 받은 연구는 각각 22개, 32개로 총 54개나 됐다. 하지만 9월 말 현재 윤리위원회 지적에 따라 보완을 한 연구는 23개로 전체의 42.6%에 불과했다.
  
  특히 ‘보완 후 승인’ 연구 중에서 별다른 보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연구가 20개나 됐지만 이 경우도 모두 연구비는 그대로 집행됐다. 윤리위원회나 윤리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가 된 것이다.
  
  불법 임상실험으로 2명 숨진 ‘엽기적 연구’에도 연구비는 계속 지원
  
  이런 연구 윤리 부재 상황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시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2~2004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으로부터 총 3억5000만 원을 지원받은 한 바이오벤처 회사의 경우에는 동물실험 없이 환자에게 직접 불법 임상실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윤리위원회는 이 일에 대해 “조직 접합성이 맞지 않아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연구비를 50% 삭감하고 해당기업 대표로부터는 규정 준수에 대한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이 연구에 대해 연구비를 계속 지원했으며 이 기업은 2003년 말~2004년 초 여러 명의 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또다시 불법 임상실험을 벌여 2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2004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돼 현재 이 기업에 대해서 참여연대와 피해자들이 형사 고발과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불법 임상실험을 해 사망자까지 생긴 ‘엽기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연구비 중단은커녕 ‘계속 연구’를 승인했다.
  
  민주노동당의 한재각 과학기술 담당 연구원은 “윤리적 논란이 많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정부가 마련한 윤리적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복지부는 생명윤리법 위반 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시급히 재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