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약 국내 생산권 발동해야
사설
온 세계로 조류독감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조류독감 바이러스 억제제 타미플루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식약청은 타미플루 복제약품의 생산 기술을 갖춘 기업을 찾는 한편, 이 약품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를 사용하는 ‘강제 실시권’ 시행에 필요한 법적 검토를 벌이기로 했다.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의 공급 능력은 전세계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각국이 이 약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고작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0만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정부는 복제약품 자체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의료체계가 허약한 북한을 고려하면 이 필요성은 더욱 크다.
정부가 로슈의 동의 없이 자체 생산을 추진하더라도 국내법이나 국제 규정상 문제가 없다. 특허법 107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때는 강제 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한 강제 실시권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이미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몇 해 전 의료단체 등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강제 실시권 적용 요구를 외면했고, 올해 초 강제 실시권 확대를 위한 법 개정 때도 통상 마찰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시행되는 개정 특허법은 세계무역기구의 취지에도 못미치는 법이 됐다. 게다가 이 법은 강제 실시권에 따라 약품을 생산해 북한 등 외국에 공급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하루속히 조류독감 바이러스 억제제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특허법의 재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조류독감 같은 위협적인 질병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