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리병원 허용은 시기상조” 힘멜스타인 교수
‘공공의료 연구’ 세계적 권위자
이창곤 기자 김정효 기자
“한국 정부가 왜 지금 영리병원을 허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리병원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는 데이비드 힘멜스타인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사진)는 11일 한국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 방침에 의문을 표시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공공의료기반이 취약한데다, 자선병원과 지역사회 병원 등 비영리병원들의 전통이 미국의 자선병원들처럼 뿌리가 깊지 않는 등 여건이 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여건 하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자선병원 등 공공의료기반 취약
미국 파산자 절반 의료비 때문
고비용 저효율 진료기피 등 심각
힘멜스타인 교수는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 보건대학원 등지에서 ‘미국 영리병원의 문제점과 교훈’이란 주제로 잇달아 강연을 했다. 그의 방한은 정부가 최근 제주도에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을 입법 예고한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시점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년 동안 영리병원의 질과 효율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그는 특히 올 초 미국 파산자의 절반이 높은 의료비 때문에 파산했다는 연구를 발표해 미국은 물론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미국 영리병원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꼬집었다. 영리병원은 한마디로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의료의 질도 높지 않다는 게 요지였다.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의료비를 견줘본 연구 결과, 영리병원의 의료비가 무려 1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그 이유가 영리병원이 투자가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겨주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money-maker)’특정진료 영역, 예컨대 심장병과 정형외과에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불필요한 고급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망률 비교에서도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2%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특히 영리병원의 비효율성은 행정관리비에서 뚜렷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6227개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병원별 행정관리비용을 살펴보니 영리병원은 전체의 34.0%, 비영리병원은 24.5%, 공공병원은 22.9%로 나타나 영리병원이 훨씬 더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연을 마친 뒤, 한국의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물음에 힘멜스타인 교수는 수익이 낮은 정신질환 응급진료에서는 되려 진표기피현상이 발생해 의료의 질이 불균형적으로 발전하는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따라서 비영리병원 체계인데도 수익성에 따라 특정진료과목에는 의사가 모자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에는 그 심각성이 (미국보다)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 도입 논의도 오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 이창곤 사진 김정효 기자 goni@hani.co.kr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7000/2005/11/0020070002005111121222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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