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70% 제한, 나머지는 민영보험으로”
오영수 소장, 저소득층 가입 위해 정부가 바우처 제도 통한 지원 필요
편집국 gunchinews@gunchinews.com
(편집자 주) 다음은 지난 9일 의협 주최로 열린 ‘민간의료보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한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오영식 소장의 제1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민영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론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지만, 오는 3월 첫 출시가 예정된 실손형 민간의보의 도입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독자들의 이해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이 글을 싣는다.
왜 민영건강보험이 필요한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재정적 한계
건강보험은 2000년 의약분업 등을 계기로 보험재정이 급격히 취약해졌으나 정부의 재정지원과 보험료율의 인상을 통해 이를 극복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가입자들에게만 정부지원이 이루어지고, 직장가입자들에게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가입자간 형평성을 위배한 조지이다. 더구나 보험재정의 부족을 정부재정의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사회보험 방식의 운영취지와도 배치된다.
향후 2009년까지 건강보험에 매년 3조-4조원 규모의 정부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에 대한 대응은 곤란할 것이다.
국민의 고급 의료서비스 니즈(needs) 대응
현재 비급여로 되어 있는 선진의료서비스 이용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이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05년 기준 37%에 달하는 진료비 본인부담의 대부분은 비급여 등에서 유래하므로 이를 민영건강보험(이하 민영의보)을 이용해 부담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은) 고급병실을 선호하고 있으며, 질병에 따라서는 1인 병실에서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나 현재의 건강보험 급부체계는 획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검증된 새로운 의료기술 또는 신약의 이용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 등을 이유로 법정비급여로 빠르게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덧붙여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의료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대비해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매우 절실해 졌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와 인접한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에 의료허브가 구축돼 해외로 유출되는 의료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정부도 인천 등에 의료허브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제도의 미비로 순조롭지 못한 실정이다.
실손형 민영보험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민영보험은 그동안 정액형 보험위주로 성장해 왔으며 생명보험회사들은 질병, 손해보험회사들은 상해로 인한 건강상실을 주로 보장해 왔다.
실손형 민영보험은 생명보험회사도 2003년 9월부터 단체보험상품에 한해 판매가 허용되었으며, 2005년 8월말부터는 개인보험상품에도 판매가 허용돼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회사에서 모두 취급이 가능하다.
실손형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와 본인부담금, 병실차액 및 통원비용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으로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것인데, 정액형의 경우는 도덕적 해이가 야기될 우려가 크고 의료비에 대해 현물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건강보험과의 조화가 곤란하다.
(실손형)민영건강보험 활성화를 둘러싼 논란
민영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완한다는 취지에도 가입자 수가 확대될 경우 이들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반대할 수 있어 보장성 확대에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보장하는 종속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다.
또한 민영보험이 기본적으로 저소득층을 배제할 우려가 있다고 하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을 개편하고 일정 소득게층 이상은 자조 노력에 기초해 민영보험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 양극화 축소가 가능하다.
이어 기왕증자, 장애인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높은 요율 적용이 불가피하며 이렇게 해야만 가입자간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에 의해 100% 보장될 경우 일부 소비자 및 공급자에 의한 도덕적 해이로 과잉진료가 발생해 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데, 민영보험은 현재 공제제도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보험사기 적발을 통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을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민영보험의 역할 정립
선진국의 최근 의료개혁 동향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 수준을 70%까지 높이고, 나머지 영역을 민영보험이 보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이 경우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고 있는 법정급여 중 본인부담금, 고도선진의료 중 일부, 상급병실료, 전담간호, 장기간병, 급식비, 교통비 등을 보험화해 제공하고 그 외에도 소득보상보험도 제공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또한 (건강보험의) 획일적인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정부에 의한 보장을 필요로 하는 계층을 명확히 하여 이에 예산을 집중하고 (민영보험으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의료허브 내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배제하고 민영보험만 적용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한데, 다만 전면적 적용이 어려울 경우 일정 비율의 고급병상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의 배제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영보험의 상품개발 방향
건강보험의 보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형 보험 중심으로 발전을 유도해야 하며, 일당급부, 상실소득, 간병비용 등의 부수비용을 보장하는 특약이 첨부되는 종합건강보험상품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종래의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던 보철 등 치과치료와 시각교정술 등의 안과치료나 첩약 등의 한방치료로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성별 연령별 직업별로 보장범위와 보장금액 등을 달리하는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하며, 건강취약게층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필수 의료서비스만 집중 보장하는 특화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이밖에도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따른 근로복지제도 개편과 맞물려 특약으로 첨부될 단체건강보험상품과 2008년 7월 시행될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보완할 민영장기간병보험상품, 그리고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업무능력 상실로 발생하는 상실근로소득이나 사업비용을 보상해주는 소득보상보험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형 민영보험상품(순수보장형)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며, 과잉의료수요를 억제키 위한 보완책으로 공제제와 정률제, 급여상한제 등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민영보험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
민영보험은 새로운 질병 발생,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질병유형별 예상의료비의 크기를 사전에 확정할 수 없어 가격리스크가 큰 보험상품이므로 향후 민영보험산업 내에서 자체 통계를 집적해 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통계산출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통계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또한 민영보험은 보험회사가 가입자의 병력을 쉽게 확인하기 어려워 역선택의 위험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개인의 동의를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게 하는 “의료급여 사실 확인원” 발급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현재는 보험회사가 병원 등의 진료내역을 열람할 권한이 없어 도덕적 해이를 통한 과잉진료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상황인 만큼 공적인 역할을 담당할 별도의 민영보험 심사평가기구를 설치, 이에 진료내역 열람권을 법적으로 부여해 진료비 내역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저소득층의 민영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바우처 방식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정부는 이를 위한 재원을 현재 지역가입자에게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지원금을 전환해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간 관계는 현행 개방형 체계에서 계약을 통해 의료비를 직접 지불하는 계약형 또는 통합형 네트워크의 허용이 검토되어야 하며, 비급여부문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이들 양자간 협상을 통해 수가가 정해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의료법 제25조 특정 의료기관에 대한 소개알선 금지조항 적용 제외 필요)가 필요하다.
오영수(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