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특허연장으로 제네릭 봉쇄”
지적재산권에 의약품 의제 포함…미, 4대 특허강화 요구
[뉴스분석]-지적재산권서 다룰 의약품 특허강화 4가지 의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공개된 미무역대표부(USTR)의 요구사항을 담은 협정통보문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제조업과 농업·서비스 분야의 협상으로만 알려졌던 것과 다르게 의약품 분야도 중요한 의제로 포함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구나 지적재산권 분야도 협상과정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재산권에 의약품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급기야 13개 보건의료단체는 “한미FTA협정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의약품 특허를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A협상에서 다루는 의약품 특허 강화 의제로 ▲자료독점권(data exclusivity) ▲식약청-특허청 연계 ▲특허기간 연장 ▲복제의약품 개발예외(Bolar Exception) 불인정 등 4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특허강화 의제는 미국 제약사의 의약품 특허를 강화해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통한 약가인하 노력을 막고, 독점적 특허권을 연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미의회 조사국(CRS) 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은 이미 수차례 한국제약시장의 복제약에 대한 이의제기를 해 왔고, 한미FTA 협상에서는 특허권을 강화하는 주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약품 특허강화 속셈은 ‘특허연장으로 제네릭 봉쇄’
우선, 자료독점권(data exclusivity : 미공개정보의 보호)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인 일명 ‘트립스협정’에서 규정한 것으로 신약의 판매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 제출된 자료에 대한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뿐 아니라 제네릭 제약사가 허가받기 위해서 이미 제출된 자료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료독점권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개연대 남희석(변리사) 대표는 “쉽게 말하면 제네릭 제약사는 이미 유효성과 안전성 자료가 제출된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을 허가받고자 할 때에도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다시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제약사의 경우 그 만큼 제네릭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은 싱가폴, 칠레, 호주, 모로코, 바레인과 맺은 FTA에 의약품의 경우 허가일로부터 5년까지 보장하는 규정을 포함시켜,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개연성이 높다.
남 대표는 “트립스협정 논의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애초에 이러한 내용의 자료독점권을 주장했지만 개도국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이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로 식약청과 특허청의 연계 문제다. 이는 2가지 내용을 포함한다. 첫째, 의약품 특허권자는 제3자가 동일한 의약품에 대한 판매허가를 식약청에 신청한 경우 그 사실을 통보받을 것. 둘째, 식약청이 의약품의 판매허가를 할 때 해당 의약품에 대해 특허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동의를 받을 것.
현재 우리나라는 이 2가지 제도 어느 것도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FTA협상 이전부터 이 같은 요구를 해오고 있다.
세번째는 특허기간의 연장이다.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활성·안전성 시험에 장기간이 소요된 경우에 5년 범위내에서 특허기간의 연장을 요구하는게 핵심이다.
더불어 한미 FTA협상에서는 이 외에 특허청의 심사과정도 특허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제의약품 개발예외(Bolar Exception) 불인정이란,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권 만료 직전 제네릭 의약품을 미리 제조하거나 시험하는 행위는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는 예외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같은 예외규정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결국 특허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제네릭이 시장에 나오려면 수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특허연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20년 특허권이 3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경고
남 대표는 “의약품 분야에서의 미국 측이 특허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특허를 강화하게 되면 그 만큼 값싼 복제 의약품의 시장 진입과 약품 가격 인하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들 의제들은 결국 20년 보장된 특허를 30년 이상 늘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이 같은 특허강화 의제를 한국이 수용할 경우 미국 제약회사들의 이익 극대화는 가속화되고 종국에는 국내 약값의 적정선 유지라는 복지정책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팜 정웅종기자 (bulddong@dreamdrug.com)
기자 블로그 : blog.dreamdrug.com/jung2386
기사 입력 시간 : 200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