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비교적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재미교포 박태문씨(67·자영업)는 지금 4개월째 대구에 머무르고 있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박씨가 새삼 한국에 온 이유는 위암 치료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2일 귀국한 뒤 다음날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위암 3기인 박씨는 수술이 성공리에 끝나 화학요법 치료를 받으면서 지금은 요양 중에 있다.
“정말 만족합니다. 아직도 미국에 있었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겁니다.”
박씨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면 교포사회에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흔히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사들이 지병 치료차 선진국의 유명병원을 찾는 소식이 뉴스인양 종종 전해지지만, 이런 현상이 역전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분야별로 다르지만 비교 우위를 가진 한국의 의술을 찾아 박씨처럼 이역만리 외국에서 찾아올 가능성이 활짝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구태여 한국까지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수준 때문이다.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위암수술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위암이 적은 미국의 경우, 의사들이 수술을 한달에 한 건가량 할 정도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박씨 주치의인 경북대병원 정호영 교수(외과)는 한 달 평균 20건 이상을 집도한다. 정 교수는 “위암의 경우 많은 사례를 다루는 만큼 한국의사가 세계적 수준인 것은 틀림없다”며 “국제학회에서 만나는선진국 의사들도 한국형 질병인 위암과 폐결핵 등의 분야는 한국이 월등하다는 점을 당연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씨도 미국에서는 위암수술팀을 확보하기가 거의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귀띔했다.
치료비의 격차도 배경이 된다. 사실 미국의 의료비는 한국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위내시경의 경우 한국은 6만원 전후이지만, 미국의 경우 1천500∼2천달러(150만원내외)이다. 미국은 멀쩡한 중산층이 중증질환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 해외동포법 관련 조항이 개정되면서 박씨 같은 교포들에게 한국의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도 한몫했다. 미 시민권자인 박씨는 비즈니스나 치료 등을 위한 F4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로 입국했다. 박씨는 입국시 출입국사무소에 치료 목적을 말했고, 여기서 건강보험공단으로 서류를 보내줘 국내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박씨는 “보험적용은 별개로 하더라도 미국에서의 치료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물러 터진 미국의 의료시스템과 비교해 고국의 의료수준이 크게 돋보이고, 이 정도면 외국에서 치료받으러 한국으로 찾아오는 시대도 조만간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주가 고향인 박씨는 두 달 뒤 최종 검사를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들어 박씨처럼 외국에서 찾아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가거나 미국 의사의 추천으로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정호영 교수는 “심장질환자가 많은 미국의 경우 심장분야에 우위를 갖고 있듯이 위암을 비롯, 국내 의료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분야도 적지 않다”며 “의료인프라가 강한 대구지역이 이같은 장점을 잘 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