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차협상 종료…미국측 ‘만족’ 분위기
커틀러 “다른 FTA 1차협상보다 훨씬 많은 일 해냈다”
2006-06-10 오전 11:59:10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9일 끝났다.
한국 측의 김종훈 수석대표, 미국 측의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비롯한 양측 협상단은 닷새 간 계속된 이번 협상에서 총 17개 분과·작업반 중 대부분의 부문에서 양측 간 합의사항과 쟁점을 정리한 통합협정문 작성을 이끌어내 향후 협상의 토대를 마련했다.
양측은 그러나 상호 이견이 뚜렷한 농업과 위생검역(SPS), 섬유, 의약품·의료기기 부문 등에서는 통합협정문을 마련하지 못한 채 쟁점별 협상을 계속해나가기로 하는 데 그쳐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개성공단, 자동차 세제 등은 ‘괄호처리’
또 개성공단 문제와 자동차 세제 개편 등 핵심 의제들에서도 양측이 현격한 이견을 확인했으며, 통합협정문을 만들어낸 분과들에서도 괄호처리한 쟁점사항들이 많아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양측은 이날 서비스, 지적재산권, 환경, 무역구제 등 4개 분과의 협상에서 통합협정문 작성에 합의함으로써 총 17개 중 13개 분과·작업반에서 통합협정문을 이끌어냈다.
한국과 미국은 9일 끝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에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디지털 제조물에 대한 비차별 및 무관세 원칙에 합의했다.
양국은 또 통신 분야에서 “네크워크 접근과 투명성에 관해 상당히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FT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밝혔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오후 전화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의 폐지 문제와 관련해 “매우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으나, 아직 이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부와 업계가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최우선 공략목표로 정해놓고 있는 한국의 규제체제와 관련해 커틀러 대표는 “정말 유용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며 “규제의 투명성은 한국 스스로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분야이므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한국에 ‘규제의 투명성’ 강하게 요구
커틀러 대표는 한국의 쌀시장에 대해서도 완전개방을 요구하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양국은 아직 양허안을 교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업 관련 1차 협상에선 세이프가드 등 원칙에 대해서만 논의했을 뿐 쌀 등 구체적인 품목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2차 협상 시작부터 양허안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해 2차 협상부터 쌀시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의약품 문제와 관련해 커틀러 대표는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을 ‘포지티브(선별등재)’ 방식으로 바꾸려는 한국정부의 계획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매우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서 신약 개발비 문제와 투명성 문제 외에 의약계의 ‘거래관행의 윤리’ 문제도 제기했다고 커틀러 대표는 설명했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내 복제약 가격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문제이므로 2차 협상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틀러 “2차협상 전에도 화상회의 등으로 협의 계속”
커틀러 대표는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협상에서 이를 제기해 통합협정문 안에 괄호가 쳐졌다고 말하고,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FTA 협상에서 주변적인 것”이며 “매우 이른 시일 내에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차 협상의 목표에 대해 커틀러 대표는 “협정문 상의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해 괄호(미결사항)를 가능한 많이 없애고 차이를 가능한 많이 좁히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미 양국 협상팀은 2차 협상이 열리기 전에도 이메일, 화상회의, 접촉 등을 통해 협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틀러 대표는 1차 협상의 결과에 대해 “상대방의 관심사와 이해, 우선순위에 대한 상호이해에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과 대부분의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안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으며, 일부는 해결이 매우 어려운 쟁점”이라고 말했다.
”미해결 쟁점이 남아있는 한 우선타결 조항은 없다”
커틀러 대표는 2차 협상 때 우선 타결될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무역협상 경험’과 ‘협상가의 속성’을 거론하며 “미해결 쟁점이 남아있는 한 어느 한 쟁점을 우선 완전타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협상에 대한 총평에서 “지난 1주일 간 이룬 진전은 제때 협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길조”라며 특히 양측 협상단이 보여준 “전문가적 태도, 상호 존중, 윈-윈의 의지”를 무역협상 성공의 필수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고, 일부는 해결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해 2차 협상부터는 곡절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커틀러 대표는 미국이 한국에 공세를 펴고 있는 주요 쟁점들에 관한 1차 협상 상황을 표현할 때 쟁점에 따라 “매우 생산적(productive)”, “정말 유익한(useful)”, “매우 좋은(good)” 논의라고 달리 표현함으로써 의견의 접근이나 격차의 정도를 구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는 자동차세 문제에 대해선 “매우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 규제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선 “정말 유익하고 구체적인 논의”, 의약품 문제에 대해선 “매우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각각 다르게 표현했다.
”규제의 투명성 문제에 한국 수용적 태도”
자동차 세제 변경은 한국 측에서 검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이미 제기됐고, 규제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커틀러 대표는 “한국 스스로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며, 한국이 수용적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는 미국이 주장하는 신약개발 환경의 측면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강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FTA 적용 문제와 관련해 커틀러 대표는 “다른 모든 분과 협상에서처럼 찬반을 떠나 우리는 한국 측의 설명을 매우 주의 깊게 들었다”고 말해, 한국의 요구를 일축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유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가 12월까지 쟁점으로 계속 남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만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1차 협상에서 한국 측이 예상치 않은 요구를 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깜짝 주문은 없었다”며 “양국은 긴밀한 무역 파트너이고, FTA 협정문 상의 많은 문제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던 것들이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도 도하라운드 협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양자간 분기 통상회담 등을 통해서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커틀러 대표는 “전반적으로 1차 협상에서 다른 FTA 협상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냈다”며 협상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쳤다.
커틀러 대표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인사말 = 협상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우리는 각 분과별로 양국의 관심과 우려사항, 우선순위에 대해 상호 이해하는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게다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국 제안을 하나의 협정문에 넣어 통합협정문을 마련할 수 있었다. 통합협정문에서 이견이 있는 것은 괄호처리를 했지만 어떤 경우엔 이번 협상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2차 협상은 오는 7월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것이다.
– 개성공단 문제도 이번 FTA 협상에 포함되나.
▲ 한국은 개성공단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은 개성공단 문제를 협정문 초안에 포함시켜서 제기해 괄호처리가 됐다. 포트먼 전 USTR 대표가 FTA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견해는 FTA는 한국과 미국의 영역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 이번 주에 합의에 이른 것은 어떤 것이 있나.
▲ 몇몇 이슈들은 단지 매우 기술적인 문제들이다. 지적재산권 장의 상표분야, 전자상거래 장에서 양국은 디지털 제품에 대한 비차별과 무관세의 핵심원칙에 합의했다. 전자통신 분야의 네트워크 접근과 투명성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 섬유와 의류 분야에서의 진전은 없나.
▲ 섬유분과는 2일간 만났다. 특별히 보고할 진전은 없다.
– 합의에 이른 게 어느 정도인가.
▲ 양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40% 정도 합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당장 모든 협정문에 근거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나.
▲ 논의했다. 자동차 작업반에서 세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고 상세한 논의를 했다. 우리는 여전히 확연한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다.
– 스크린 쿼터 문제는 어떻게 됐나.
▲ FTA 협상 전에 한국은 스크린 쿼터를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줄인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는 쿼터를 추가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FTA 협상에서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 규제의 투명성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나.
▲ 투명성 문제는 미국으로선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문제다. 미국은 (협정문에) 투명성에 대한 특별한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고, 투명성 관련 조항을 제기해왔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유용하고 상세한 논의를 해왔다. 투명성은 규제투명성 시스템 등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국이 협정문에 투명성에 관한 장을 두기로 수용했다고 봐도 되나.
▲ 나는 그렇게 말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한국이 쌀에 대한 쿼터를 완전히 없애고 쌀을 자유무역에 포함시킬 것을 바라나.
▲ 관세안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내달 10일 시작되는 다음 협상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논의할 계획이다.
– 농업분야에서 비관세 조치는 어떻게 됐나.
▲ 저율관세할당수입제도(TRQ) 등을 포함한 많은 문제들이 논의됐다. 한국은 농업 세이프가드 문제를 제기했다.
– 모든 농산품에 관한 것인가, 단지 쌀에 대한 것인가.
▲ 우리는 특정 품목에 대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은 농업에 적용할 농업 세이프가드를 추구하고 있다.
– 한국이 최근 쇠고기 수입을 연기한다고 했는데. 쇠고기 교역도 논의했나.
▲ 한국이 이번 주에 뼈 없는 쇠고기 시장 개방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금 미 농무부와 한국의 농림부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위생검역팀이 제기한 우려사항에 대처하기 위해 상세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한국시장이 빠른 시일 내 개방되기를 바란다.
– 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 방침에 대해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 의약품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최근 한국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반대하고 의약품 작업반에서 그 문제를 다루기를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한국 보건복지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그 계획에 대한 우리 견해를 제공했다. 다음 협상 때 계속 논의할 것이다.
– 복제약 가격 책정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됐나.
▲ 복제약 문제에 대한 상세논의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중요한 문제인 만큼 우리는 다음 협상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협상팀 간 비공식회담이나 화상회의가 있었나.
▲ 많은 분과들이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등 긴밀히 연락하기로 했다.
– 협상을 언제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나.
▲ 연말까지다.
–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양측이 단순히 논의만 했나. 미국은 이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우리가 그 제안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거나 우리는 한국 측 설명에 대해 매우 주의 깊게 들었다.
– SPS(위생검역) 문제에 대해 미국은 무엇을 한국 측에 요구했나.
▲ SPS 장과 관련해 우리는 투명성을 높이고 협의를 늘리고 협의를 개선하기를 바란다.
워싱턴=노주희/기자/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