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의원들은 한미 FTA에 관심없나”
[지상중계]한미FTA 대토론회-”IMF보다 10배는 영향 클 것”
2006-06-29 오후 3:11:14
여야 의원 49명이 가입한 국회 내 최대 FTA 관련 단체인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29일 ‘한미 FTA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재경부, 산자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관료들과 정태인 전 청와대경제비서관,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 FTA 반대진영 전문가, 삼성, LG경제연구소 등 재벌기업 브레인들이 각각 토론자와 발제자로 참석해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채정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총출동해 한미 FTA가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은 ‘대토론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까지 제1부 총론토론, 제2부 각론 토론(상품.무역, 서비스.투자, 농업.보건의료, 지적재산권 등 4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 토론회를 두 편으로 나눠 지상중계 한다.
정태인 “전에도 이번에도 386의원들은 아무도 없다”
총론 분야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미 FTA는 전제부터가 잘못된 것인데다가 정부의 협상능력이나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의심스럽다”며 “오직 어떻게 해서든 한미 FTA를 체결하겠다는 의지만 강력하다”고 질타했다. LG 경제 연구소 김형주 연구원 역시 “FTA 체결한다고 대기업도 별로 이득 보는 게 없다”면서 “대내적 협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지난 4월 첫 토론회에 이어 오늘 두 번째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공통점이 많다”며 “특히 이른바 386 의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고 비꼬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신중한 한미 FTA 추진을 요구했지만 어느 정도 내용이 드러난 지금은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힌 정 전 비서관은 “프랑스에 의해 다자간투자협정(MAI)이,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에 의해 FTAA(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이 각각 좌절된 미국이 경쟁적 자유주의 개념을 새로 들고 나왔는데 그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양자간 FTA를 경쟁적으로 맺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특유의 독설로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FTA상대국 리스트에도 없었는데 우리 통상교섭본부가 이른바 4대 선결조건(자동차, 의약품, 쇠고기, 스크린쿼터)를 갖다 바치면서 가장 강력한 FTA 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냥 관세 줄고 수출 늘어나는 것이 FTA가 아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어 “정부가 이런 걸 안 알려주니까 사람들은 그냥 FTA가 체결되면 관세도 없어져서 수출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처음에는 멕시코가 미국과 FTA 맺어서 수출과 투자가 늘었다고 선전하더니 멕시코의 실상이 알려지니 정부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면서 “얼마 전에도 대통령이 ‘우리는 멕시코와 다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얼마 전에 FTA에 대해 외교 안보 분야의 고려는 없다고 변명했지만 한미 FTA 체결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 속에서 미국 쪽에 섰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정부가 얼마나 뻔뻔하냐면 협상초안 공개 요구에 대해 외교전략상 못한다고 말한다”며 “그 초안은 미국 관계자들이 벌써 다 본건데 그걸 공개한다고 무슨 외교전략에 문제가 발생하냐”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는 체결 자체가 목표기 때문에 국민이 모르기를 바라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그것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FTAA 초안 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는 것이 정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FTA 체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의 하나인 기업-정부 소송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은 “한미 FTA의 제7장으로 알려진 투자에 관한 부분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제11장으로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며 “NAFTA 11장에 의거해 미국 소재 초국적 특송회사 UPS가 캐나다 우정당국을 불공정행위로 제소했는데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우체국도 공공망을 이용해 불공정 경쟁을 한다는 이유로 당장 제소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미국의 산드라 오코너 대법관조차도 NAFTA 11장이 미국 연방정부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IMF 외환위기는 돈만 갚으면 끝났지만 한미 FTA 우리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정 전 비서관은 “체결하면 파기하기는 너무 힘들 것이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지만 이제 협상을 파기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막아줘야 하는데 사실 기대는 안하고 있다”며 “특히 열린우리당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태욱 “사회적 안전망이나 복지 없이 뭘 설득하겠단 말인가”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사회정치외교 분야에 미칠 파장에 대해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준비가 전혀 없는 협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한 최 교수는 “이제 협상이 타결되면 능력없는 기업, 산업은 도태되고 그 종사자들은 거리로 밀려나게 될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외적 협상도 협상이지만 정부는 그 반발을 극복하는 대내적 협상과제를 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내적 협상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복지수준, 직접적 보상체계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그런데 대내협상, 즉 국내협상이 우리 정부에 있냐”며 “우리 사회안전망은 형편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복지수준도 OECD 가입 이후 쭉 꼴찌다. 그것도 현격한 차이로 꼴찌”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주도국가라는 미국의 복지재정 비율이 우리 2.5배이고 우리가 우습게 보는 멕시코 조차도 2배에 달한다”며 “우리 수준이 지금 이렇다”고 통탄했다. 최 교수는 “직접적 보상체계? 이것은 그냥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최 교수는 이어 “미국은 무역지원법을 45년간 시행하며 시장개방 피해업종을 지원했다”며 “우리도 그걸 흉내내서 무역조정지원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서비스업은 ‘해당 무’고 제조업에 10년간 2조8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상정 의원이 이 법을 발의할 때 28조 원 수준이었는데 정부에 의해 결국 10분의 1로 낙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가 합리적 대안…정치혼란? 대책이 없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저항이 클 수밖에 없고 설령 저항이 크더라도 갈등관리를 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기제가 있으면 되는데 그것도 없다”며 “민노당이 다르지만 군소정당이고 나머지 정당 중에 사회집단의 불안과 이해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는 곳이 있냐”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정당 기능이 약하면 행정부라도 직접 반영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각종 위원회와 공청회는 다 요식행위”라면서 “최근 정부가 주최한 한미FTA 공청회가 아주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해와 요구가 반영될 합법적 채널이 없으니 사람들이 다 길거리로 나서서 강압적 채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 경우에는 폭동이 벌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협정 체결에 따른 손해의 대부분이 (사회적 분담 없이) 그대로 개인의 몫으로 떨어지는데 반대만이 합리적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최 교수는 “국내정치에 닥칠 혼란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교수는 한미 FTA는 DJ정부부터 견지되어온 동아시아 지역 협력 강화라는 외교기조를 버리고 일체화 되는 미일 관계처럼 한미일 일체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1월에 전략적 유연성을 동의해주고 향후 중국의 경제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동맹을 맺겠다는 목표로 2월에 한미 FTA 협상을 개시했는데 중국은 어떻게 평가하겠냐”면서 “한미일 일체화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이 탈냉전 시대에 오직 동아시아에서만 신냉전구도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 “제조업도 별로 덕 보는 것 없다”
김형주 LG경제 연구소 연구원은 “나는 사실 FTA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제조업이나 재벌기업이 큰 득을 볼 것이라 정부랑 손잡고 FTA를 밀어붙인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억울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 회사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한 번 분석을 해봤더니 LG전자는 일년에 한 1700만 달러 정도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이건 매출의 0.1%도 안 되는 수준이고 LG화학의 경우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더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용했다는 CGE모델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다 옳은 지적”이라며 “그래서 나는 지난 30년간 200여개 국가의 물품교역과 FTA체결의 효과에 대해 분석해봤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FTA체결국에서 교역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어느 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느냐 하는 것인데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면 이익을 볼 수 도 있다”며 “이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단지 실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 도태될 수도 있다는 불가피성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면 정부도 공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언론이나 반대론자들도 좀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각론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의 신속무역협정권(TPA)에 우리가 왜 얽매여야 하냐”며 “오히려 미국측이 그것에 얽매여야 하고 우리는 그 부분을 공격포인트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국가 소송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들이 협정문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걱정이 덜어졌지만 지방정부의 조례 하나가 투자자에 걸려 고소당할 위험성은 상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19세기에는 데이트 하면 반드시 결혼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 않냐”며 “협상을 하다가 잘 안되면 깰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1부 종합 토론이 마무리 된 후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사실 한나라당은 거의 (한미 FTA를) 찬성할 것이고 우리당 의원도 많은 숫자가 찬성할 것인데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권영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상절차법 통과가 최우선”이라며 “이는 우리 헌법 60조에 명시되어 있는 국회의 조약 체결동의권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통상절차법이 통과돼 협상의 비상식적 실체가 알려지면 이 협상은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