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한나라 “6월 국회 비정규직 처리 비밀 합의”
이상수 장관 전격공개 … 대통령 국회연설 취소 시점 전후 야 입장 돌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회기 중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양당간 합의는 그러나 지난 6월 20일로 예정되어 있던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취소된 시점을 전후로 한나라당의 입장이 사학법 재개정과 비정규직 법안을 연계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29일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아 여야가 비정규직 법안을 6월 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이상수 장관에 따르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장관은 “김한길 원내대표로부터 6월 국회 법안 처리 협의시 비정규직 법안을 회기 중에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나 양당간 이 같은 합의는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급작스럽게 취소된 이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한길 대표가 말하길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법안 통과를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가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취소된 이후 한나라당 입장이 변화했다고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국회연설 취소와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해 이 장관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그 사실을 비밀에 붙인 이유에 대해 이 장관은 “민주노동당의 반발로 원구성 협상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지난 4월 국회 공조 과정에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조사를 거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빨라도 9월 정기국회에서나 법안 처리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 장관에 따르면, 민주노동당과의 4월 공조 이후에도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속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내가 김한길 대표와 자주 연락하는데 김 대표는 (법안 처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협상때마다 계속 얘기하는 모양이다. 어제 양당 총무단 회의에서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풀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법안은 사학법 이상으로 중요한 법안”이라며 “이번 6월 국회에서 반드리 처리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실제 통과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노위에서 경호권까지 발동해 통과시켜놓고도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여야를 비난했다.
한편 비정규직 법안의 이번 회기 내 처리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도 “비정규직 법안을 이번 회기 중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불변”이라며 “다른 민생 법안과 마찬가지로 사학법 재개정 문제 때문에 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