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돌아온 미국 쇠고기, 모른채 먹을라
[한겨레 2006-09-08 20:03]
[한겨레] 2년10개월 만에 다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축산농가와 우리 식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인 2003년 통계를 보면, 그해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39만t이었는데, 이 가운데 미국산이 20만t으로 전체 소비량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이를 대체했지만, 미국산이 이보다 육질이 부드러워 과거엔 소비자 선호도가 더 높았다. 이번 수입 재개로, 어떤 식으로든 육류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축산농가와 쇠고기 가격엔 어떤 변화?= 농림부는 이번 조처가 당장 우리 한우 농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갈비와 내장 수입이 금지되는 등 과거보다 수입조건이 까다로워졌고, 무엇보다 국내 한우 쇠고기의 품질 경쟁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연구위원은 “미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수입금지 이전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비와 내장의 수입 금지로 수입량이 2003년 20만t의 50%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쇠고기 대체용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던 돼지고기값과 닭고기값은 다소 내릴 것으로 농림부는 보고 있다.
수입 쇠고기 가격도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이 수입되던 2003년 당시 호주나 뉴질랜드산 쇠고기 가격은 미국산의 절반에 불과했다. 미국산이 수입 금지된 뒤 호주와 뉴질랜드산의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산이 다시 수입되면 호주와 뉴질랜드산의 가격이 내려가 미국산의 60~7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 선택권 보장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대도시 주부 651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4%(458명)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매우 불안전하다’(13.4%)와 ‘불안전하다’(56.8%) 등 10명 중 7명이 부정적인 답을 했다.
문제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피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육질이 부드러워 ‘한우’로 둔갑시켜 파는 일이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음식점에서 쇠고기의 산지를 검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내년 1월1일부터 300㎡ 이상의 큰 식당에서는 쇠고기의 산지를 표시해야 하지만, 대상은 고작 270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구이용에 해당할 뿐, 국거리나 다른 용도는 표시의무가 없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쇠고기가 비교적 싼값에 불특정 다수에게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병원이나 학교급식, 군대 보급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