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역구제 포기하고 ‘FTA 빅딜’?
한-미 FTA ‘고위급 협상 방향’ 보고서 입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정부는 반덤핑 제재 등 무역구제 분야의 핵심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를 얻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해 온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등 다른 쟁점과의 ‘큰 거래(빅딜) 협상’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공식 부인속 ‘빅딜 모색’ 파문
‘자연인’ 신분 보험서비스 허용 검토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미 에프티에이 고위급 협의 주요 결과 및 주요 쟁점 협상 방향’에 대한 정부 보고서를 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협상단 수석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고위급 비공식 협상에서 무역구제와 관련한 우리 요구사항이 사실상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무역구제 분야는 우리 관심사항의 반영이 어려울 경우에도 여타 분야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쪽을 계속 압박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로 쟁점 분야를 풀어 나가기로 했다.
양국 고위급 협상에서는 또, 금융서비스 분야 가운데 자연인 이동을 통한 보험서비스 공급을 허용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한정된 범위’라는 단서 아래 허용하는 방안을 찾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미 5차 협상 때까지 수출입보험·항공보험·해상보험·재보험 등 네 분야 보험영업과 이와 관련된 보험중개업 등 부수업무에서 국경간 거래를 허용한 바 있다. 자연인 이동 조항마저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미국의 해당 업체는 국내에 법인이나 지점을 두지 않고도 자사 임직원을 보내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저작물 이용 제한뿐만 아니라 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기술 적용을 인정하고, 컴퓨터 이용 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 저장’도 복제권 침해로 간주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산물의 저율관세 할당물량(TRQ) 관리방식 변경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개별 품목별로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일부 품목은 미국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서비스에는 영구적으로 관세를 물리지 말자는 미국의 요구도 수용됐다.
한편, 6차 협상 사흘째인 이날 두 나라는 섬유, 농산물, 금융서비스 등 10개 분과에 걸쳐 협상을 벌였다. 김종훈 우리 쪽 수석대표는 “미국이 (우체국보험에 이어) 농협이 취급하는 유사보험도 민영보험과 동일하게 감독받도록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쪽 수석대표는 수석대표간 협의를 진행중인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세 분야에 대해 “이번 주말에 발표할 만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낙관할 수 없지만 진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기사등록 : 2007-01-18 오전 02:13:33 기사수정 : 2007-01-18 오전 07: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