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재정 절감 논란…복지부는 ‘모르쇠’
인권위 ‘인권침해’ 지적에
“충분히 검토” 강행키로
김양중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재정 절감 대책에 대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15일 내놔서 이 대책의 진로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특히 유엔(UN)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건강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권 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최소 핵심 의무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 빈곤, 인권 시민단체들은 이런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16일 밝혔고 이와 함께 복지부의 정책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은 “복지부 대책은 가난한 이들의 최소한의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는 것이라고 이미 지적했으나 정부가 이를 듣지 않았다”며 “인권위 의견까지 뭉개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도 해당 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석 복지부 사회정책본부장은 “국가인권위의 의견은 너무 과도한 우려이며, 이미 복지부가 충분히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 명절 뒤에 국무회의에서 이번 대책이 통과되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영전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사람을 귀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국가인권위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의료급여 재정절감 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1종 의료급여 환자들도 외래 진료를 받을 때 1000원~2000원의 돈을 내고, 만성질환자의 경우 한두 군데의 의원만 찾게 하는 등의 의료급여 재정절감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