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로비 진상 검찰이 수사해야
사설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세 명에게 다달이 200만원씩 뒷돈을 주며 관리를 해 왔다고 말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은 한 국회의원에게는 대체법안 발의를 요청하며 1000만원을 현찰로 줬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의원 보좌진과 보건복지부 관리들한테도 거마비를 줘가며 관리했다고도 했다.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자 장 회장은 말을 싹 바꿨다. 돈을 준 상대로 거명된 이들도 그런 일이 없다고 모두 발뺌하고 나섰다.
의협 안에서 회비의 쓰임새를 놓고 갈등이 일었던 만큼, 장 회장이 돈의 쓰임새를 꾸며댄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협회 간부들에게 비밀리에 밝혀놓고 문제가 되자 “과시용으로 한 말이었다”고 하는 해명을 믿기는 더욱 어렵다. 장 회장이 로비를 했다고 밝힌 여러 법안을 둘러싸고 의사들이 반발하고, 의료단체 사이에 갈등이 일었던 정황도 녹취된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한다.
우리는 의료단체들이 의료 관련 법안이 다뤄질 때 의사의 권익과 국민의 건강권을 앞세워 자주 집단행동을 벌인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뒤편에서 추잡한 거래를 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공무원이 국민을 배신하고 이익단체의 뒷돈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났다면 이는 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나, 로비 방식을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 과연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으레 그랬거니 하는 냉소로는 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의혹을 받은 마당에 국회가 조사를 하는 것으로는 진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말을 싹 바꾼 장 회장이 진실을 쉽게 털어놓을 리도 없다. 수사기관이 나서 이번 일의 진상을 밝히는 게 좋다고 본다. 녹취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또 다른 의원도 법안과 관련해 의사 열 명한테 1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은 일이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합법절차에 따라 받았어도 자신의 직무인 법안을 만드는 대가였다면 대가성이 인정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고발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은 떳떳함에도 장 회장의 발언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를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고소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