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프리즘]”적반하장” 미국의 소고기 압박
출처 : 2007년 6월 7일 (목) 21:31 세계일보
지난해 미국은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광우병 논란을 피하기 위해 뼈 있는 소고기를 선적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 이행 의지를 시험이나 하듯 최근 미국산 소고기 박스에서 수입 위생조건상 허용되지 않는 ‘갈비(뼈)’가 발견된 데 이어 수출용이 아닌 미국 내수용 소고기가 들어오다가 적발됐다.
미국의 약속 위반에 대해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고 검역을 중단했다. 검역 중단이 장기적인 수입 중단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미 의회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정부 당국을 비판하면서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심의를 담당하게 될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6일 “인내심 고갈” 운운하면서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다. 네브래스카주 등 ‘소고기 벨트’ 출신인 벤 넬슨, 톰 하킨,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소고기 수출 문제와 한미 FTA 승인을 연계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 농무부가 이날 통관 절차상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미국 정치인들은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과 이익단체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몰염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협상이 종결된 한미 FTA에 대해 뒤늦게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반영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울상을 짓자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한 지는 벌써 오래다.
한미 FTA 협상 승인 권한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일부 의원들의 안면 몰수가 대선을 앞둔 한국에 또다시 반미감정을 폭발케 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용걸기자 icykar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