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직불제 확대…음식점 원산지표시 100㎡ 이상으로
‘FTA 보완대책’ 살펴보니
김진철 기자
‘FTA 보완대책’ 주요 내용
제조·서비스업 구조조정 융자…전직 비용 지원
피해현장 싸늘한 반응 “나온 내용 반복 그쳐”
정부가 마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보안대책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분야에 몰려있다. 피해보상 범위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때 보다 넓어졌지만 보상 기준과 관리 방식은 더 엄격해진 편이다. 직접 피해에 대해서는 일부 소득을 보전해주고,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폐업을 앞당기는 방향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피해보전직불제 적용대상은 기존 키위·시설포도에서 ‘수입 증가로 피해를 입는 품목’으로 확대됐다. 소득보전 비율도 현행 감소분의 80%에서 85%로 늘어났다. 따라서 미국산 수입이 일정량 이상 늘어 가격이 과거 5년 평균의 80% 아래로 떨어진 사실이 입증된 농수산 품목은 모두 피해보전을 받을 수 있게된다.
협정 발효 뒤 5년동안은 폐업자금 지원제도가 운영된다. 피해농가가 농사를 그만 짓겠다고 하면 소득 손실분을 폐업자금으로 정부가 지급한다. 대상은 피해보전 직불제와 마찬가지로 사후 피해가 입증되면 정해진다. 수산업도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품목에 폐업자금이 지원된다.
농업 분야에서도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축산업의 경우, 일반 구조조정 지원책과 병행해 유통구조 개선과 생산비 절감 대책에 중점을 뒀다. 한우 이력추적제가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되고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적용 기준이 현행 ‘300㎡ 이상’에서 ‘100㎡ 이상’으로 낮춰진다.
그러나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지원대상 요건 등을 자세히 보면 피해보전 기준이 거의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효성이 별로 없고 소득안정대책도 대농·전업농 위주”라며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유지하고 국민과 농민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 대해서는, 무역조정지원제도 지원대상을 ‘제조업과 제조업 관련 51개 서비스업’에서 ‘제조업과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서비스업종 전체’로 확대한 게 눈에 띈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에프티에이로 매출액이 25% 줄어들 경우 구조조정자금이나 사업전환자금 융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밀화학·정밀기계 등 조기 개방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연구개발에 4천억원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고용안정 대책은 고용보험기금 등으로 휴·폐업기업 또는 실직자들에게 기존에 펴 오던 정책들을 조금 변형한 것들이다. 에프티에이에 따른 피해를 입증해 ‘무역조정기업’으로 지정되면, 소속 근로자에게는 훈련급여가 최장 2년까지 지급되며 전직지원비도 1인당 연간 300만원까지 준다.
제약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신약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신약 개발 단계별로 5억~10억원에 불과한 연구개발 지원액을 과제별로 10억~20억원으로 확대해 나가고, 연도별로는 올해 220억원에서 2008년 510억원, 2012년에는 9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내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약업계 반응도 싸늘해,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말로만 보완대책일 뿐 그동안 정부가 이야기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고, 새로운 지원방안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