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군사독재 경험 한국민, 버마 민주화 지지를”

군사독재 경험 한국민, 버마 민주화 지지를”
국내 체류자, 미얀마 대사관앞서 시위
“아세안 가입국들도 지지선언 했는데…”
시민단체 모금운동·불교계 지지 공동성명

한겨레         노현웅 기자 조연현 기자

“뭐가 무섭냐? 버마에서처럼 나도 때려봐!”

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조인 나잉(34)씨가 우리말과 미얀마 말을 섞어가며 대사관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뺨에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그는 전날 미얀마에 있는 동생이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구타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날 미얀마 대사관 앞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러 출근도 포기한 채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이제부터 매일 버마에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독재정부에 대한 반대 표시로, 현 정부가 새로 정한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옛 나라이름을 썼다.

미얀마의 반독재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국내에 사는 미얀마인들과 시민단체들도 분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끌고 있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회원들과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로 구성된 ‘한국버마행동’ 회원들은 이날 오전 자유를 상징하는 황금공작새가 그려진 붉은 머리띠를 매고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버마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즈모아 집행위원은 “한국 정부는 버마 자원개발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이해 때문에 버마 민주화에 침묵하고 있다”며 “아세안 가입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민주화 지지 선언을 했는데, 유독 민주화 경험이 있는 한국만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민단체들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운동과 항의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의 김경 상임활동가는 “지난 8월 개최한 ‘프리 버마 캠페인’ 모금액과 추가로 모이는 돈을 버마 내부 민주화 진영에 지원할 계획”이라며 “버마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얀마 대사관 앞 항의집회 등을 진행해온 인권실천시민연대도 캠페인과 모금운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는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인권조사단이 현지로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도 “여러 가지 사안이 얽혀 있어 좀더 구체적인 협의가 있어야겠지만, 진상조사단 파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화엄회와 무차회, 금강회, 보림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스님들은 존경받는 스승이자 수행자이며 민족의 지도자”라면서 “한국 스님들은 한 부처님을 모시는 ‘일불제자’(모두가 부처의 제자)로서 미얀마 스님들의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참여불교재가연대와 실천승가회도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국민이 요구하는 완전한 자유와 민주화의 의지에 대해 적극적 지지 의사를 보내며 지구촌의 완전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 국민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goloke@hani.co.kr
기사등록 : 2007-09-27 오후 07: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