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세트 선물 하셨습니까?’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세트 선물 하셨습니까?’
미국육류수출협회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 일간지 전면 광고 실어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7년09월21일 18시38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소 부위를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들의 선물 목록 상위에는 쇠고기가 늘 포함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선물 세트가 매진했다는 소식이 반영하듯, 가족 모임이 많은 추석 명절은 쇠고기 판매의 대목이다. 만일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전국의 밥상을 강타했을 것이다.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된 21일,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일부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계속된 수입위생조건 위반에 대한 사과나 해명 보다는 ‘뼈는 위험한 물질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긴 공세적인 광고였다. 나아가 ‘뼈는 위험물질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역으로’뼈를 포함한 다양한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서둘러 수입하라는 압력까지 읽힌다.


▲  미국육류수출협회가 21일 J일간지에 낸 광고 사진.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저희 가족이 즐겨먹는 미국산 쇠고기! 한국에서도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미국 농촌을 배경으로 3세대의 한 가족의 사진을 실었다.

또한 “최근 한국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뼈가 발견된 것이 문제가 되면서 마치 뼈 자체가 위험한 물질인 듯 잘못 알려지고 있다”라며 “뼈는 위험한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미국은 생산과정에서 먼저 광우병위험물질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라며 ”특정 위험물질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히 분리한다는데.. 왜 위험물질이 발견될까

현재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우여곡절 끝에 수입재개 된 미국산 쇠고기는 2007년 6월 1일부터 30일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총 65건 중,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한 사례가 무려 30건이고, 위반율은 46.1%에 이른다.

특히 2006년 10월부터 2007년 7월까지 10개월동안 위반 내용을 살펴보면, 척추뼈 1회, 다이옥신 1회, 갈비통뼈 6회(9월 검역재개 이후 3회 추가 총 9회), 뼛조각 검출 163회, 총 319건의 검역 중 188건(59%)이 발견됐다. 수입 된 쇠고기의 절반 위상이 수입위생 조건 위반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과 같은 독극물도 포함돼 있었다. 급기야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까지 발견됐으니 소비자 단체들이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무리도 아닌 상황이다.

침묵하는 정부.. 결국 소비자의 선택만 남나

지난 20일 재정경제부와 농림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4일과 5일 각각 두 부처에 접수한 정보공개 청구 요청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민변은 지난 달 27일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조처를 해제하기 앞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회의록과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의 대책을 담았다는 미국 측의 해명서 내용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대외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요지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같은 날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정보공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호’이지 미국 눈치보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민변의 정보공개청구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연관되어있는 미국산쇠고기 문제와 관련하여 수입과정과 검역절차, 조치들에 대한 판단근거를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취지를 거부함으로 인해 국민들로 하여금 더 큰 정치적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광우병위험물질은 0.001g 만 섭취해도 광우병이 걸릴 정도의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한국 정부는 2006년 6월 인간광우병(vCJD)를 전염병 예방법상의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지정고시 했다.

미국인들이야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고 선전 하겠지만, 한국인들은 광우병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형인 메티오닌 동질절합체(MM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이 95% 규모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체질을 갖고 있다. 그러니 광우병 발생국으로 부터 쇠고기를 수입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해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국민감시단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한미FTA 묻지마 강행을 위해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국민과 기업들이라도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과 판매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시중의 대형 마트들까지 이러한 국민 건강 위기를 외면 한 채, 대대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시판에 나서고 있다”고 비통함을 전하며 “남은 것은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사서 먹지 않는 것 뿐”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