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신문 칼럼 : 비판적지지는 중도 우파의 전유물인가!

[칼럼] 비판적 지지는 중도 우파의 전유물인가!  

2007년 10월 31일 (수)  임준  rjunsa@gunchinews.com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 정치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범여권으로 불리는 제 세력들이 막판 단일화를 위해 각개 약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번 선거는 볼 일 다 본 선거라고 푸념한 사람들도 있다.

그 속에 외롭게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한 후보가 있다. 이번까지 하면 세 번째 출사표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힘들어 보인다. 이제 알만큼 알려졌고, 정치적 능력이라는 면을 보더라도 다른 후보들에게 밀릴 것이 없는데도 여전히 그의 지지율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무엇 때문일까?

어떤 이는 진보정당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참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진보정당이 아직까지 집권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전자의 문제의식은 일견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 본인도 권 후보가 창조적이고 역동적이면서 진보적인 이미지를 대변하는 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특히, 계급적 처지와 실제 정치적 성향 간에 불일치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하였다.

그렇지만, 당원선거는 미래의 가능성보다 현재의 지지도와 인지도를 선택하였고, 권영길 후보가 세 번째 대선주자가 되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매우 낮고, 권영길 이외의 다른 후보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다른 후보가 나온다고 해서 민중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불러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선택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최근 몇 몇 리서치 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지지율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3%가 채 되지 않는 지지율을 보면서 진보정당, 더 나아가 진보의 미래가 있는 것인가에 회의에 빠지게 된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명박의 지지율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여전히 우파의 부정의에 반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여전히 진보정당의 후보는 여전히 민중들의 지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버겁다.

그런데, 더욱 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국민의 정부부터 참여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건의료제도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중도 우파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냈던 많은 진보적 학자, 활동가들이 가칭 범여권이라 불리는 중도 우파 정치인들에게 또다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당선 가능성, 현실 수용성의 논리가 인권과 진보의 비전을 압도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참 많은 것을 기대했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그렇게 되기 위해 실천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민중의 고통을 양산하는 상업화된 의료체계를 바꾸겠다는 약속은 뒤로 한 채 자본과 특정 계층의 이해를 반영해 전 세계 최악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장밋빛 희망인 것처럼 호도하는 보수 우파와 다를 바 없는 자본 친화적인 정치인의 모습만 보지 않았는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FTA, 의료법 등에 이르기까지 민중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이자 인권인 건강권은 침탈당하고 건강의 상품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자본의 자유권만 강화된 것이 참여 정부의 모습이다.

나는 보건의료 부문만큼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분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둘러싼 담론적 지형은 적당하게 화합하고 이것저것을 섞는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했을 때, 건강과 관련된 보편적 가치는 효율이 아니라 연대와 형평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는 진보적 정치세력과 민중의 결합을 통해 달성되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판적 지지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제 그 대상은 중도 우파 정치인이 아니라 권영길과 같은 진보적 정치인에게 향해져야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중도 우파 정치인들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고자 하는가!

임준(가천 의대 예방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