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대 의대 편입’ 문건에 유독 2명만 ‘+’ 표기
복지부 전 차관 딸도 ‘편입 특혜’ 의혹
“시험전 ‘연대 의대 결정됐다’고 말해”
함께 유학한 친구 “아버지가 연대에 예산 지원”
의대 커뮤니티 문서에 면접 36명 중 2명 ‘+’ 표시
연세대 편입과정에 대한 교육부 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전 보건복지부 차관의 딸인 ㅇ(27)씨가 2004년 연세대 의대에 편입한 과정을 둘러싸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 연세대 의대 2002학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른 문서를 〈한겨레〉가 입수해 살펴본 결과, ㅇ씨가 편입한 2004학년도 연세대 의대 편입시험 면접 대상자 36명의 이름이 나열된 이 문서에서 ㅇ씨와 ㄱ씨 두 명의 이름 옆에만 별도로 ‘+’ 표시가 돼 있다. 이 가운데 ㄱ씨는 국내에서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 외국 대학 시간제 등록으로 학점을 따 편입했다는 의혹(〈한겨레〉 11월14일치 10면)이 제기된 인물이다.
연세대 내부자료의 일부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자신을 이 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사람이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학교 교직원으로부터 받아낸 문서를 공개한다”며 올린 자료다. 이 커뮤니티는 폐쇄형으로 운영돼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다.
ㅇ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에 유학을 갔으며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3년 말 한국에 돌아와 이듬해 1월 곧바로 연세대 의대 편입 시험에 합격했다. 미국에서 ㅇ씨와 함께 유학 생활을 한 친구는 “ㅇ씨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아버지가 연세대 의대에 예산을 지원하고 연세대 의대에 편입하기로 이미 결정돼 있다’고 말해왔다”며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살아 논술 같은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게 무리였는데, 어떻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편입 시험에 합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ㅇ씨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실제 ㅇ씨 아버지가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재직한 2001~2002년 이후로 보건복지부의 연세대 의대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 연세대 의대에 지원된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2001년 29억여원, 2002년에는 37억여원, 2003년에는 55억여원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2~2003년 서울대가 58억여원에서 115억여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대학의 예산 지원은 소폭 증가 또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고려대와 가톨릭대는 각각 20억여원에서 21억여원, 22억여원에서 25억여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고, 성균관·건국·순천향·인하대 등은 오히려 관련 예산이 줄었다.
ㅇ씨의 아버지는 차관에서 물러난 뒤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등을 거쳐 올해 초부터 한 지방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예산 집행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인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쪽은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각 학교가 신청한 개별 사업별로 선정하기 때문에 상세한 결정 과정과 내역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ㅇ씨는 의대 본과 4학년 2학기를 휴학 중이며, 이달 초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ㅇ씨 아버지는 “딸이 재학 중 암기 과목 같은 시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요건을 갖추고 시험을 쳐 정당하게 입학했다”며 “몸이 안 좋아 휴학을 했고, 바람을 쏘이러 미국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단독] ‘+’표시 특혜의혹 2명 최종합격…교직원 “결재 참고용 첨부문서”
인터넷 문서 들여다 보니
2004학년도 연세대 의대 편입 시험 면접 대상자 가운데 일부의 이름 옆에 별도의 ‘+’ 표시가 돼 있는 문제의 문서는 면접 대상자, 최종 합격자, 서울의대 합격자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최종 합격자와 서울대 의대 합격자에게는 ‘*’ 표시가 돼 있다.
실제 이 문서에서 연세대 최종 합격자로 표시된 12명 가운데 7명은 현재 재학 중이다. 나머지 5명 가운데 4명은 서울대 의대 편입에 복수 합격한 것으로 문서에 표시돼 있고, 실제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과 함께 문서에서 서울대 의대 편입에 합격한 것으로 표시된 12명은 모두 서울대 의대에 다니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재학생은 “이들은 모두 연세대 의대에 중복 지원했던 학생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남훈 연세대 의대 교무부학장은 “그런 문서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입 합격 정보 등 응시자 개인정보가 정확하게 기재된 것으로 볼 때, 개인이 이 문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연세대 교직원은 “내부 공식 문건은 아닌 것 같지만, 최종 결재 때 참고용으로 만들어 함께 올리는 첨부 문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 입학관리처의 한 직원은 “서울대는 편입 전형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합격자를 발표하고,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합격 여부 조회가 가능하다”며 “연세대 쪽에서 현실적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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