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장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프레시앙'이 되며] 송기호 변호사
2007-11-23 오전 7:49:29
”보건 분야 한미 FTA 협정의 최종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민국개조론>(돌베개 펴냄)에서 이렇게 썼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역시 유시민!”, 이렇게 생각했다.
알다시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사회 제도를 바꾼다. 유 전 장관이 책임진다는 보건 분야에서도 그렇다. 여기서 새로 등장하는 제도의 하나가 이른바 특허-시판 허가 연계이다. 지금까지는 새 약품 판매 허가는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심사해서 내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으면 시판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연계하는 것이다.
특허 침해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몇 달 전에, 국내의 한 진단 시약 제약회사에 국제 특허권 침해 법률 자문을 해 주었다. 그 회사는 미국의 한 세계적 제약회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그 미국 제약회사는 자신의 특허 약품의 특허권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후발 제약회사가 자신의 특허권을 활용해 안전성과 효능이 유사한 ‘제네릭(복제약)’ 약품을 공급하는 것을 막아 보려고 했다. 그래서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특허권은 미국 제약사들의 시장 독점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한미 FTA가 되면 이 미국 제약회사는 일일이 경고장을 보낼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한국의 보건복지부가 미국 제약회사에 그의 특허권과 관련된 약품 판매 허가 신청이 접수되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유 전 장관을 보자. 유 전 장관은 올 4월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요구가 합리적이기 때문에 수용하고 그 대신 국내의 가처분 소송 기간을 법원과 협조해서 줄이는 쪽으로 이렇게 최소화해서 저희가 앞으로 3, 4개월 안으로 가처분 인용을 하든 아니면 기각을 하든 법원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할 생각이고요.”
이 발언의 맥락을 좀 더 설명한다면, 한국의 보건복지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미국의 제약회사가 약품 시판 허가를 신청한 한국의 후발 제약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약품 판매 허가는 자동 정지된다. 유 전 장관은 법원이 3, 4개월 안에 특허 소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에 따르면, 약품 판매 허가가 자동 정지되는 기간은 3, 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유 전 장관을 찾고 있다. 유 전 장관이라면 당연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30일자로 특허-시판 허가 연계 제도를 도입한 약사법 입법 예고를 벌써 마친 사실,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구상에 의하면 길게는 12개월까지 약품 시판 허가가 자동 정지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 전 장관이 이런 사태를 내버려 둘 리 없다. 내가 아는 유 전 장관은 ‘최종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장차 그런 ‘좋은’ 유시민을 <프레시안>에 알리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프레시앙이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송기호/변호사
”허가-특허 연계 피해, 생각보다 크지 않다”
[반론] 송기호 변호사의 ‘오해’에 답한다
2007-11-26 오전 11:05:04
송기호 변호사는 ‘프레시앙이 되며’의 연재로 기고한 “유시민 전 장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도입된 ‘허가-특허 연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유시민 전 장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국내 제약업체가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할 때, 허가를 내주는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외국 제약업체의 특허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까지 검토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간 많은 전문가는 “이 제도로 외국 제약업체가 특허권 침해 소송 등을 제기하면서 제네릭 생산이 지연돼 결과적으로 ‘오리지널’의 특허 연장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외국 제약업체의 소송 등으로 제네릭 생산이 오래 지연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3~4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기호 변호사는 “최근 복지부는 제네릭의 시판 금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잡고 있다며 유 전 장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26일 보건복지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팀 배경택 팀장은 “이런 송 변호사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론을 보내왔다. 배 팀장은 “외국 제약업체가 제네릭 시판을 막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할 수 있는데 소송 등을 통해 시판 금지 기간이 계속 길어질 경우 그 기간의 상한선을 12개월로 하는 것뿐”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그 기간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한미 FTA 의약품 분야는 미국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최대한 국내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타결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내 제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의 결과를 마련했다. 국민이 양질의 의약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외국 정부와 제약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허가와 관련하여 현행 제도를 일부 변경하기로 합의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약품 허가 때 특허를 침해하는 의약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허가-특허 연계로 인해 향후 업계의 영업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업계의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업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국내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과 협의를 거쳐 허가-특허 연계 제도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우선 지난 10월 30일 업계 설명회를 개최해 정부가 구상 중인 허가-특허 연계 제도 시행 방안의 주요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송기호 변호사는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4월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시판 금지 기간이 3, 4개월이라고 해놓고 협상이 타결된 지금에 와서는 정부가 시판 금지 기간을 길게는 12개월로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송 변호사의 문제제기는 정부 발표 내용 중 일부만을 취사선택하여 생긴 오해로 보인다.
제네릭 시판 금지, 12개월까지 가는 건 예외적 상황
지난 10월 30일 설명회 때 업계에 알린 바와 같이 허가-특허 연계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원특허권자의 특허 기간 중 국내 제약사가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허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선택 가능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첫째, 원특허권자는 국내 제약사가 품목 허가를 신청하였음을 통보받은 후 법원에 특허법 제126조에 의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의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을 감안하여 소송 후 12개월이 경과하면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하도록 한 것이다. 송 변호사가 지적한 자동 정지 기간이 연장된다는 것은 원특허권자가 국내 제약업자의 허가를 지연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소송을 지연하는 경우 12개월이 될 때까지 그 쟁송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하겠다는 설명을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원특허권자가 법원에 국내 제약업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생산 등을 금지하도록 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법원의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의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하여, 최대한 법원의 판단을 신속히 이끌어 내기 위한 대안이다. 가처분 결정은 통상 6~1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 사례를 보면 국내 모 제약업체의 L제품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 약 7개월이 소요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유시민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향후 법원과 협조해서 의약품 특허 관련 가처분 소송은 그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얘기했었다. 행정부에서 독립된 법관들의 법적 판단에 제한을 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사법부의 협조를 구하여 이러한 결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셋째, 특허심판원을 통해 국내 제약업자가 자신이 원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특허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이나 원특허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특허 무효 확인 심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권리 범위 확인 심판 등은 (특허)심판사무취급규정에 따라, 특허심판원에서도 다른 사건에 우선하여 심판하도록 우선 심판 대상으로 분류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6개월 이내에 심판을 종결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특허청이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 때 관련 심판을 더욱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인력 등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제약업자 노력에 따라 시판 금지 기간 없을 수도 있어
따라서,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 특허-허가 연계에 따른 지연이 현행 소요 기간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원특허권자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법원의 침해 소송 절차를 이용하는 경우 국내 제약업자는 특허권자의 쟁송 제기에 앞서서 먼저 특허 무효 또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즉, 국내 제약업자로 하여금 허가 신청 전에 특허권자를 상대로 먼저 특허 심판을 청구하여 승리한 경우에는 별도의 지연없이 정상적 절차에 따라 허가를 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업자의 허가 신청 후 원특허권자가 쟁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국내 제약업자가 이에 맞서서 특허 무효 또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제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제약업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시판 금지 기간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설명회에서 정부가 12개월을 언급한 것은 원특허권자가 고의적으로 쟁송을 지연시키거나 법원 판결이나 특허심판원 심결이 늦어지거나 해서 쟁송이 무한정 길어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12개월이 되어도 쟁송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국내 제약업자의 시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쟁송에서 승소를 확신하는 원특허권자의 경우 통상 1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법원 본안 소송보다는 가처분과 특허 심판원 심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더불어 정부가 고민한 것이 원특허권자가 무차별적으로 특허 소송을 남발하거나 자신의 관련 회사 등을 첫 번째 제네릭 회사로 인정받게 하거나 첫 번째 제네릭 사업자로 선정된 자와 담합함으로써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킬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하여 특허권자의 남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법 제3조의2)’조항에 의거, 특허권자와 제네릭업체와의 담합은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같은 법 제19조)’조항에 의거 규제하기로 하였다.
특허 목록 공개로 국내 제약업자 이익도 있어
허가-특허 연계 제도로 제네릭 생산업체가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오리지널 생산업체의 특허 목록 공개가 그것이다. 특허란 것이 기술적 내용도 복잡하고, 한 제품에 여러 특허가 설정되어 있는 등 워낙 복잡해서 제네릭 생산업체가 원 특허에 도전하려고 해도 원 특허에 어떤 사항이 담겨있는지, 특허가 언제까지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되면 제네릭 출시를 막고자하는 원특허권자는 그 내역을 정확하게 식약청에 제출해야 하고 그 특허 내역을 식약청에서 공고하므로 제네릭 생산업체 종전의 수고로움을 덜고 손쉽게 오리지널 사의 특허 내역을 확인하여 도전을 준비할 수 있다.
또, 설명회 때 발표한 대로 특허권 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 대하여 6개월간 시장독점권을 부여할 계획이므로 기존의 첫 번째 제네릭 생산업체의 노력에 무임승차했던 두 번째, 세 번째 후발 제네릭 생산업체가 더 이상 이러한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 시행(안)에 대한 조문별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입안예고를 하고 업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수렴하도록 하겠다.
정부로서도 허가-특허 연계 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로 인하여 업계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피해가 최소화되기 위하여 업계 및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배경택/보건복지부 한미FTA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