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 ‘질병 의혹’ 쇠고기 사상 최대 리콜

미 ‘질병 의혹’ 쇠고기 사상최대 리콜
6만9천여t 이르러…‘병든 소 검역실태 폭로’ 후속조처

  류재훈 기자  

미국 농무부는 17일 걷지도 못하는 병든 소를 전기충격 등을 통해 억지로 검역해 도살한 것으로 드러난 웨스트랜드 정육회사의 쇠고기 제품 1억4300만파운드(약 6만9천t)에 대해 리콜(회수) 명령을 내렸다. 이 회사가 2006년 2월1부터 홀마크 도축장에서 도살해 미국 국내에 공급한 모든 쇠고기 제품에 대해 내려진 이번 리콜은 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1999년 3500만파운드의 네 배를 넘는다.
이번 조처는 동물애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지난해 10~11월 캘리포니아주 치노에 위치한 홀마크 도살장에 잠입해 찍은 동영상이 공개(<한겨레> 2월5일치)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병든 소를 두들겨 패고 전기충격을 가하는가 하면, 크레인으로 끌고 가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담겨, 미국 도살장의 엉터리 검역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농무부는 성명을 통해 “소들이 완전하고 적절한 검역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식품안전검역국이 식품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리콜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무부는 리콜되는 쇠고기들이 어떤 질병에 관련된 것은 아니기에 “건강에 대한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무부는 소들이 걷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 등에 감염됐을 징후라는 이유를 들면서 지난해부터 식용 도살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들에서도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소들은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위험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리콜 대상 쇠고기 제품의 소재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며, 상당량이 △학교급식프로그램 △긴급식량지원프로그램 △인디언보호구역 식량지원프로그램과 같은 농무부의 지원계획에 따라 저소득층 등에 공급됐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학교급식프로그램에 따라 공급된 문제의 쇠고기 제품 3700만파운드가 대부분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14일 회계감사원에 학교급식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미국 소비자연맹의 잔 핼로런 식품정책국장은 ”동물애호단체가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웨스트랜드 도살장의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리콜이 이뤄져 다행이긴 하지만, 이들 쇠고기의 대부분이 소비됐다는 것을 생각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