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미-페루FTA 반대집회서 농민 3명 사망
농민들, “정부 무관심, 농민들을 포기했다”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8년02월27일 15시49분
지난 주 페루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미-페루FTA 반대 집회에서 적어도 농민 3명이 사망했다.
2명의 농민은 19일 수도 리마의 남동쪽 아야쿠초에서 있었던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쏘면서 진압하는 과정에 사망했다고 농민출신의 야당 의원 후아나 후안카우아리가 밝혔다. 다른 한 명은 인근 아레퀴파 주에서 경찰이 던진 돌과 최루탄을 피하려던 농민이 비탈로 떨어지면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페루 정부, 시위확산 우려해 비상사태 선포
농민들이 18일부터 미-페루 FTA에 대한 반대 파업을 진행하며, 고속도로를 봉쇄하는 등 강력하게 저항하자, 정부는 18일 오후 최소 7개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회 시위를 전면 불허했다.
정부는 시위과정에서 약 150여명이 체포되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사회운동 단체는 체포된 시위대가 약 7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의 무관심은 농민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파업을 주도한 페루농민동맹(CCP)를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은 이번 파업에서 미-페루FTA 뿐만 아니라 아마존 유역의 공공토지 등의 사유화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내걸었다. 공공토지 사유화 위협을 받고 있는 역사 유적지 쿠스코 지역 주민들은 고대 잉카 유적지로 가는 길을 모두 봉쇄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루 정부는 이번 파업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이고 “국가 개발의 적”이라며 비난했다. 페루농민동맹(CCP)을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은 정부의 폭력적 진압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정부의 공적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도 ‘인종차별적’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특히 선주민들에 대한 “잔혹한 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를 2등 시민 취급해”
집회에 참가한 한 농민은 “오늘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은 나와서 경찰이 우리의 농민을 살해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우리 농민들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로 비난받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미 의회는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작년 12월 비준했으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공식 서명을 마친 상황이다. 비준 찬성을 던진 의원 가운데는 현재 미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현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방식의 자유무역협정이 일자리를 잠식했다며 비난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는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에는 바로 노동자들과 우리의 동맹들이 요청해온 바로 그 노동협정이 포함되어 있다”며 지지를 표한 바 있다.
지난 12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절차를 마무리한 페루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