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의협 “광우병 발견 때 수입중단 늦어” 과학적 진실 토론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 “광우병 발견 때 수입중단 늦어”
‘과학적 진실’ 토론회
“잠복기 5년 넘어 5년 內사라진다 주장 못해” “가공육 통제 등 최고 수준 안전대책 마련해야”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함춘회관에서 개최한‘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함춘회관에서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 사회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의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검토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데 공감하면서 정부의 전면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역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유무였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광우병’을 “정상 단백질을 변형시키면서 뇌에 수없이 많은 구멍을 뚫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으로, 치료법이 없어 치사율이 100%인 무서운 질환”이라고 소개한 뒤 “소, 고양이, 사람 등 종을 가리지 않고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5년 안에 광우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잠복기가 5~30년에 달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은 추산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감염성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우 교수는 “광우병은 탄저균,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동일한 등급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감염된 소를 만지거나 공기를 통해서는 전염이 되지 않지만 음식물을 통해 강력하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의 근거로 내세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OIE는 그 자체가 국제무역기구의 한 단체에 불과하며, 따라서 의학적 검증보다는 무역을 원활히 하는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OIE 기준은 유럽연합의 광우병 쇠고기 관리대책 중 일부를 차용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해관 성균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과학적 관점에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증명될 때까지 수입을 보류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태도”라며 “국민의 안전은 뒤로 한 채 미국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말을 바꿔가며 가공육과 곱창 부위를 수입하려 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정부는 이번 협상이 유럽연합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유럽연합은 모든 연령에서 나오는 십이지장부터 직장에 이르는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했는데, 이런 것들도 수입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유럽연합의 기준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약품 화장품 사료로 인해 광우병이 확산될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조치는 전무하다”며 “수입대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이윤에 희생된 광우병 위험’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나왔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국축산협회의 보고서에는 소장만 수출해도 연간 1,000억원, 가공 쇠고기로는 250억원을 버는 등 특정위험부위를 수출하는 것으로 연간 2,000억원을 더 벌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면서 “정부는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생명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인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 축산업을 좌지우지 하는 7개 대기업이 10년간 로비로 500억원을 쏟아 부은 이유는 도축 소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한국을 제물로 삼아 축산업 부활을 꿈꾸는 미국 술책에 정부가 놀아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 시 쇠고기 수입 중단’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정해관 교수는 “광우병은 수년에 걸쳐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감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광우병 소가 발견된 시점에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은 때늦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비용 외에도 국가신인도 하락, 의료산업 불황, 관광기피 등으로 인해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국가는 환자가 단 한 명도 생기지 않게 한다는 철학을 갖고 모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도축 시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 ▦어디서 어떻게 키운 소인지를 알 수 있는 이력추적제 ▦어떤 부위가 포함됐을 지 모르는 가공육의 통제 등 최고 수준의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