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수도요금 폭등의 괴담이라고?

수도요금 폭등이 괴담이라고?
[기고] 수돗물 사유화가 ‘사유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괴담

전소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2008년05월23일 15시33분

광우병 쇠고기에 이어 수돗물 사유화(民자를 이용한 “민영화”보다 “私유화”가 더 적절한 표현이기에, 이 글에서는 인용을 할 때를 제외하고 “사유화”를 쓰도록 하겠다-필자 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돗물이 민영화된다, 그래서 요금이 하루 14만 원까지 오른다는 등 괴담 아닌 괴담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환경부는 홈페이지에 “해명” 자료를 올렸고, 원래 5월 23일 경 입법예고하려던 물산업지원법 제정안 발표를 늦췄다. 그리고 기획재정부는 5월 22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상수도, 고속도로 민영화 등은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정부 각 부처는 상수도 사유화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불식시키려 안달이다.

광우병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비교적 호의적 반응을 얻을 것이라 예상한) 공기업 사유화·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는데 물은 물인 만큼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가 당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수도 사유화를 사유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정부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핵심이 뭔지 모르거나 정부야말로 괴담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상수도와 관련 수도사업 구조개편, 물산업육성 정책, 물산업지원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민간위탁과 법인화, 전면 시장화와 초국적 물기업에 대한 개방이다. 이것이 사유화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기에 사유화가 아니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사유화가 아니라면, 삶의 파탄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세계은행이나 IMF 등 국제금융기구에게 먼저 따져야 한다. 이들 국제기구들이야 말로 상수도를 위탁함으로써 이를 사유화(민영화)라고 지칭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2000년도에 발간한 보고서 ‘마닐라 물 위탁 – 정부 주요 관료들이 말하는 세계 최대 규모 물 사유화 The Manila Water Concession – A Key Government Officials Diary of the World‘s Largest Water Privatization’ 제목만 보더라도 위탁concession은 곧 사유화privatization이며, 2006년에 발간한 ‘상수도서비스에 대한 민간참여 접근방법 Approaches to Private Participation in Water Services’에서도 상수도 사유화에 대한 주요 방법으로서 위탁, 리스, 외주용역 등을 추천하고 있다.

한국 정부 정책을 살펴보자. 현재 정부는 ‘수도사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조개편의 핵심 내용은 위탁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도 지난 3월 상수도 민간위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으며, 5월에도 민간위탁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

세계은행이 상수도 사유화 방법으로서 위탁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도 뭐라고 우기든 상수도를 사유화하는 방도로서 위탁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다. ‘위탁’은 철도, 가스, 상수도 등 소위 네트워크 망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의 사유화이다. 소유권 이전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기업이 떠안지 않은 채 운영만 하면서 이윤만 챙기면 된다. 위탁이 ‘사유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정부밖에 없을 것이다.

수질과 서비스개선, 고객만족은 립서비스 : 사실은 공공성 포기

물산업육성 정책은 어떤 내용인가. 정부는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상수도는 이제 공공재가 아니라 경제재라고 한다.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상업적 서비스라 하고, 운영은 국가와 지자체가 아닌 기업이 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수도사업 구조개편 즉, 민간위탁·법인화·주식회사 설립 등을 하라고 하고, 우리나라 물기업을 육성해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해외 진출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니 국부 창출이니 포장은 거대하나 본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주로 제3세계)에서도 상수도를 사유화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국영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는 물을 사유화하는 “악덕 초국적 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 결국 물산업육성 정책도 수돗물의 공공적 성격을 포기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국내외 상수도를 기업에 넘기고 기업을 키우자고 하는데, 이것 역시 사유화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국내 민간기업은 물론 외국기업과의 주식회사 설립까지 허용하는 물산업지원법

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입법발의될 예정인 물산업지원법은 위에서 언급한 수도사업 구조개편과 물산업육성 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이기에 당연히 물을 사유화하는 법이다.

실제로 법안을 보면 민간위탁을 촉진하고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조항, 기업 설립을 허용하는 조항, 외국 기업과 합작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한 마디로 물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수돗물을 완전 시장경쟁 체제로 내몰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유화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물산업지원법안은 아울러 고객만족, 서비스개선 등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평가 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상하수도서비스 국제표준이다. 이 표준은 정부와 주류 학자들도 우려하듯이 초국적 자본의 진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유럽이 주도하여 만든 표준으로,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안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이 표준에 따라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행실적에 따라 정부가 재정을 우선지원하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초국적 자본에 대한 개방을 목적으로 하는 표준을 잣대로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지자체로서는 매우 뜨거운 감자인 특별교부세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데도 사유화(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인가?

수도요금 폭등이 괴담이라고? 2~3배 오르는 것은 기본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산업육성 정책과 이 정책의 핵심인 수도사업 구조개편, 그리고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물사유화법인 물산업지원법은 물이라는 국민의 생명줄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이며,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요금 하루 14만 원”은 다소 과장된 감이 있으나, 지역에 따라 수도요금이 최소 2배 또는 3배 이상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현재 요금현실화율이 30~40% 대에 머물러 있는 지역이 태반이다. 수돗물 생산비용만큼 수도요금을 받으려면 국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일반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왔다. 위탁을 하고 물을 사유화하면 당연히 요금을 최소한 생산비용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그렇기에 기업의 이윤율을 0%라 가정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요금이 2~3배가 오를 수밖에 없다. 요금이 현실화된 이후에는 기업이 이윤을 챙기려 할 것이다. ‘요금 현실화와 이윤율 보장=요금 인상’은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덧셈뺄셈이다.

정부는 진정 안전한 수돗물을 공공서비스로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물을 사유화하는 물산업육성 정책이나 물산업지원법을 폐기하고, 물을 필수 공공재로 규정하면서 수돗물 음용률 전세계 최하위권(2% 미만)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위탁, 법인화, 외주용역 등 사유화를 추진하고 막가파식 노동자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과 인력을 확충하고 고루 배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솔직해져야 한다. 수돗물 사유화(민영화)하려는 것 맞다고, 사유화하면 요금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 배불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이것부터 인정한 후 국민을 설득하든 논쟁을 벌이든 하라.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