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정기국회서 처리..의료계.보건단체 반발 재연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이명박 정부가 지난 17대 국회에서 좌절됐던 `의료 개혁’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의료기관 파업 등 극한 대립을 불러왔던 의료법 개정안을 다소 손질해 늦어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것. 만약 정부 뜻대로 의료법이 개정되면 35년 묵은 의료 관련 법규가 새 시대에 맞게 탈바꿈하게 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개혁의 `컨셉트’ 역시 수요자와 규제개혁에 초점을 맞춘 `환자-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요약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1일 17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던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민감한 내용을 어느 정도 제외하고 환자 편의 및 권익, 의료업계의 자율성 등을 집중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오는 7월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늦어도 정기국회에서는 처리할 계획이다.
◇비급여 의무고지 등 쟁점 여전 = 개정안은 폐기된 안에 비해 논란이 될 만한 조항을 다소 제거했으나 여전히 의료계나 보건단체의 반발을 부를 만한 내용이 적지않다.
환자 권익과 관련,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의사가 진료비용 가운데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어떤 것인 지를 환자에게 알려주도록 의무화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비급여 항목을 알게되면 병원 선택권이 강화되고 진료비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은 환자 본인만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개정안은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정신질환자 등에 한해 대리인이 처방전을 받도록 허용했다.
종합병원의 설립 기준도 현행 100병상 이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강화되고, 국민건강보험법상 종합전문요양기관이 의료기관으로 편입돼 `상급종합병원’이란 명칭을 갖게 된다.
의료업계 규제 완화 및 사업성 강화와 관련, 개정안은 이른바 `외국인 상대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에 한해서는 의료기관의 환자 유치,알선 행위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의료기관 작명을 자율화해 현재 금지된 외국어, 신체기관, 질병명 등을 병원 이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베스트 척추디스크 메디컬센터’와 같은 병원명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경쟁력이 약한 병.의원의 퇴출을 통해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법인간 합병이 허용된다.
◇의료계.보건단체 반발 예상 = 참여정부는 지난해 34년만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의료계와 보건단체 등 각종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새 정부 역시 취임 초부터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결국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정부가 이처럼 민감한 작업에 다시 메스를 들이대기로 함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 보건단체간 `삼각 대립’이 재연될 지, 아니면 민주화 이후 어느 정권도 엄두를 못 냈던 의료 부문 개혁에 성공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 개정이 실현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복지부가 치료방법 설명의무, 표준진료지침 제정, 허위진료기록부 작성시 형사처벌 등 병.의원 파업까지 야기했던 핵심 쟁점을 모두 삭제했음에도 불구, 새 개정안은 입법 과정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선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 의무고지 조항 등에 대해 “환자 권리 강화를 명분으로 의료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보건의료 사회단체의 경우 “의료행위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며 규제완화 관련 규정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 병원 합병 허용 등이 궁극적으로는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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