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선언한 진짜 이유는?
[단독] 한·캐나다 FTA ‘선결 조건’으로 쇠고기 내줬나
기사입력 2009-12-17 오전 8:25:07
이명박 정부가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속도를 내고자 광우병 위험이 큰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정황이 정부 문건으로 확인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캐나다 정상 회담에 이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를 원칙적으로 수입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언했다.
외교통상부 “한·캐나다 FTA…2년간 쇠고기 때문에 난항”
16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외교통상부가 국회 보고용으로 작성한 ‘한·캐나다 FTA 현황(2009년 12월 16일)’ 문건을 보면, 지난 2008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13차 한·캐나다 FTA 협상에서 캐나다 정부는 “쇠고기 검역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의 타결·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문건은 “최근 들어서 한국, 캐나다 정부는 FTA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문제(‘광우병 이슈’)를 분리해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11월 26일부터 27일 열린 차관보급 협의, 12월 1일 통상장관 회담에서 캐나다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2010년 중 한·캐나다 FTA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런 외교통상부 문건을 염두에 두면,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은 약 2년간 교착상태에 빠진 한·캐나다 FTA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가 물밑에서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할 뜻을 밝히자, ‘선결 조건’이 해결된 캐나다 정부가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 7일 한·캐나다 정상 회담에 이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를 원칙적으로 수입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언했다. ⓒ프레시안
이런 캐나다 정부의 화답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정상 회담에서 아예 공개리에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선언해 한 번 더 한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해준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간 한·캐나다 FTA 협상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가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숨겼을 뿐만 아니라, 결국 캐나다의 의도대로 끌려간 것.
민주당 최성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선결 조건으로 내주면서 한미 FTA 비준을 조속히 처리하고자 했던 것이 떠오른다”며 “앞으로 정부가 한·캐나다 FTA를 타결하고자 광우병 문제가 걸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더욱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도 “캐나다 정부가 한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원칙을 내세운 것은 명백히 국익에 어긋나는 일이었다”며 “앞뒤 정황을 염두에 두면 이 대통령이 한·캐나다 FTA를 위해서 쇠고기를 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A 위해서 캐나다 쇠고기 빗장 열면…”국민 건강 위협”
이번 외교통상부 문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 한국의 쇠고기 수입 빗장을 여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캐나다는 평균적으로 전체 쇠고기 생산량의 60퍼센트를 수출해왔다(2002년 기준). 한미 FTA 협상 당시 쇠고기 수입을 강요했던 미국이 전체 쇠고기 생산량 중 90퍼센트를 내수로 소비하고 나머지 10퍼센트만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캐나다가 쇠고기 수출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캐나다의 쇠고기 수출은 50퍼센트대로 떨어진 상황이다(2008년 기준). 캐나다에서는 2003년 5월부터 현재까지 총 16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특히 이 16건 중 7건(43.7%)이 쇠고기 생산이 목적인 육우였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캐나다에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부여했으나, 많은 전문가는 캐나다산 쇠고기를 불신한다.
박상표 국장은 “캐나다는 지속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하는 등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같은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부여받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광우병 발생 국가의 쇠고기 수입도 막을 수 없어서 한국 국민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최성 부의장도 “캐나다와의 FTA 추진을 위해서 광우병 위험이 큰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미 4대강 사업, 노동법, 미디어 법 등으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제2의 촛불’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양구 기자,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