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전문가들 “KDI 영리병원 보고서, 왜곡 심해”
의료가격 떨어진다? “의료비 증가 수조원 달할 것”
의료서비스 질 제고? “미국 우수병원은 비영리병원”
김양중 기자 김명진 기자
»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하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고용 창출 효과는 커진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보고서에 대해,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실증적인 근거가 없거나 관련 이론에 대한 왜곡이 심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16일 “의료 분야에서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 나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지나친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오히려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설립을 막고 규모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를 봐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 증가 폭은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며 “영리병원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려면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내도록 해야 하므로 환자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영리병원의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20%가량 높지만 치료 뒤 사망률은 오히려 높게 나온다”며 “2004년 미국의 우수 병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병원이거나 주립병원이었다”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수익을 앞세우다보니 인력도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커 오히려 비영리병원보다 고용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금도 의료비가 부담스러워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해 고통받는 서민들이 많다”며 “정부는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공공의료 확충 등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