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PD수첩 광우병 판결내용 까겠습니다

  

PD수첩 광우병 판결내용 까겠습니다
정운천 전 장관, 이제 좀 부끄럽습니까
재판부도 인정한 ‘졸속협상’…무죄 판결의 진정한 의미

10.12.07 15:59 ㅣ최종 업데이트 10.12.07 16:00  김보슬 (trueornothing)  

PD수첩, 광우병 쇠고기, 김보슬 PD

  
12월 2일, <PD수첩>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다섯 명의 피고인들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상고했다고는 하나, 대법원은 법리 판단만 한다고 하니 더 이상 법정에 나갈 일도 없어졌다. 1년 넘게 시달렸던 재판이 이제야 일단락된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 비판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이다. 정치권력과 언론이 앞으로도 계속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한, 이번 판결은 향후 한국 언론사에서 의미 있는 판례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법원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주의 토대인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적 제재로 인해 이런 사안에 대한 표현을 주저하게 해선 안 된다”며 “공적 업무에 대한 비판 보도의 명예훼손죄 심사는… 언론 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몇 보수언론들은 이러한 핵심을 외면한 채 “허위지만 무죄, 상당부분 허위”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상당부분 허위”라니. 2008년 이후 우리를 타깃으로 한 보수언론의 치졸한 공격은 또 한 번 유령처럼 되살아났고, 우리는 다시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번 판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직접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무엇이 허위인가? – 전혀 다른 두 개의 ‘허위’

  
  
▲ 2008년 5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관련 청문회에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왼쪽 두번째)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왼쪽 세번째)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참고인들의 증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정운천

민동석·정운천 두 공직자가 우리를 고소한 이유는 <PD수첩>이 ‘허위사실’로 두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전에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는 당연히 <PD수첩> 보도 내용이 허위인가 여부이다.

1심의 경우, 재판장은 보도 내용에 있어 핵심적인 쟁점 다섯 가지 모두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다섯 가지 중 세 가지, 즉 ①다우너 소 동영상 ②아레사 빈슨의 사인 ③MM형 유전자 관련 내용을 ‘허위’로 규정했다. ④SRM 5가지 ⑤정부의 실태파악,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을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본 이들은 판결의 구체적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PD수첩> 보도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허위’라고 규정한 이유와 그동안 검찰과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그 ‘허위’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검찰이 1, 2심 통틀어 지치지도 않고 반복해 주장했던 내용은 이렇다. ①다우너 소 동영상은 광우병과 관련 없는 동물학대 동영상이라는 것 ②아레사 빈슨은 사망 전 인간광우병(vCJD)이 아닌 일반 CJD(sCJD) 진단을 받았음에도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으로 둔갑시켰다는 것 ③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보도 내용은 허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들이 있다. ①다우너 소 동영상이 공개된 후 광우병을 비롯한 질병에 걸린 소가 도축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 큰 문제가 된 사실 ②쇠고기 수입 협상 시작 2일 전에 미국에서 아레사 빈슨이라는 여성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실 ③우리나라 사람이 유전적 요건 및 식습관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다는 사실.

즉, 재판부는 당시 <PD수첩>이 방송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보도 내용 및 그 취지를 부인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검찰의 세 가지 핵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즉,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탄핵’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허위라는 것일까? 왜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결을 내렸던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실수’를 뛰어넘지 못한 아쉬운 판결

  
  
▲ 지난 1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MBC 제작진 5명 가운데 조능희 책임PD와 김은희 작가가 법정을 나오고 있다.  
ⓒ 유성호  PD수첩

첫째, <PD수첩> 방송의 “보도내용의 의미”를 판단하는 재판부의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있다, 없다”를 허위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았지만 2심 재판부는 “높다, 낮다”를 허위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다우너 소 동영상의 경우, 1심 재판부는 <PD수첩> 보도 내용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다우너 소들이 불법적으로 도축되고 있다’고 보았다. 여러 과학적 사실을 종합해본 결과 ‘동영상 속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고, 그렇기 때문에 <PD수첩> 보도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2심 재판부는 <PD수첩> 보도 내용을 ‘동영상 속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규정하고,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이 부분이 학계의 반발을 불렀다) PD수첩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판단 과정에 생방송 도중 진행자가 ‘광우병 걸린 소’라고 실수한 것이 크게 작용했음을 판결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레사 빈슨의 경우, 1심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vCJD)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방송내용으로 보았고 그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vCJD) 의심 진단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에선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이 거의 확실’하게 인간광우병인 것처럼 보도했기 때문에 허위라고 했다. 어머니 로빈 빈슨의 인터뷰가 단정적인 표현으로 오역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세 번째 MM형의 경우에는 매우 간단하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것이 유력한 학설인 건 맞지만, 표현 중 ‘걸릴 확률이 94%’라고 말한 것은 허위라는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허위 판결의 전제가 되는 이유들 대부분은 제작진이 실수임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했던 것들이다. 생방송 중의 진행자의 말실수, 영어 자막 오역, MM형 보도에서 ‘확률 94%’라는 표현에 대해 제작진은 후속 방송을 통해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이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치밀한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급박한 제작과정에서 미처 걸러지지 못한 실수였음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1심에서 우리는 이러한 오류들이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이 아니라 제작진의 실수였거나 자막 감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이었음을 인정받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이에 대해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를 모아보아도 위와 같은 잘못된 발언이나 오류 등이 피고인들이나 번역자 등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그럼에도 판결의 구체적 내용이 달라진 것은 1심 판사의 경우 세세한 표현상의 문제보다 전체적인 보도의 취지 및 진실성을 판단 근거로 삼은 반면, 2심 재판부의 경우 전체적인 보도의 취지보다 세세한 표현들에 더 천착한 탓으로 보인다. 결국 수 개월간의 치열한 법정 다툼에도 불구하고 ‘실수’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그것을 뛰어넘는 판결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응어리의 반이 풀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협상 책임자들

아니나 다를까. 판결 후,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죄’보다 ‘허위’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마치 재판부의 3가지 ‘허위’ 판단으로 <PD수첩> 전체가 왜곡방송임이 확인됐고, 정부의 졸속협상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기사들을 보며, 역시나 보수언론답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쓴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보수언론보다 더 우리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했던 건 사실 정운천 전 장관의 반응이었다. 지금껏 우리가 법정에서 봐온 모습에 비추어 보건대, 정운천 전 장관이나 민동석 전 협상대표는 이 판결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거나 최소한 강한 유감을 표현할 줄 알았다. 왜? 그들이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주장한 보도 내용의 핵심은 바로 ‘정부의 쇠고기 협상’ 관련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민동석 정운천 두 공직자는 <PD수첩> 보도로 자신들의 공직자로서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우리를 형사 고소했다. 그들은 법정에 나올 때마다 쇠고기 협상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잘 된 협상’임에도 <PD수첩>이 ‘졸속협상’으로 보도해 협상 대표와 주무부처 장관인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랬던 정운천 전 장관이, 선고 후 기자들에게 “응어리 반은 풀린 기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PD수첩>이 허위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법정에서 판결 전체를 들었던 사람이다. 내가 만약 그였다면, 판결문을 듣는 내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일부러 모른 척 한 것일까, 혹은 판결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때문이 아니라 다우너 소 동영상과 아레사 빈슨에 대한 보도 내용 때문에 응어리를 품고 우리를 고소했던 것인가? 아니면, 교묘한 화술로 화살을 <PD수첩>으로 돌리면서 자신들의 과오를 은폐하고자 함인가?

1,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정부의 ‘쇠고기 졸속 협상’

  
  
▲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보건의료단체연합, 수의사연대, 전국교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1월 2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무죄 판결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검찰과 한나라당, 보수언론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유성호  PD수첩

사실상 <PD수첩> 방송에 대한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마지막 ‘정부의 실태 파악’ 부분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부는 <PD수첩> 방송의 전체적인 취지 및 내용이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 및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충분한 시간과 검토 없이 서둘러 이러한 협상을 체결한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각 사실관계에 의하면 제작진이 어느 정도 사실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보도한 것이지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 ‘여러 가지 사실적 근거’란 다음과 같다.

①2007년 1차 협상 결렬 후 2008년 4월 새로운 협상안에 대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나 가축방역협의회가 열리지 않은 사실 ②새 협상안을 마련하기 전인 2008. 1. 30.경 미국에서 다우너 소 동영상이 공개된 후 광우병을 비롯한 질병에 걸린 소가 도축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 큰 문제가 된 사실 ③쇠고기 수입 협상 시작 2일 전에 미국에서 아레사 빈슨이라는 여성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실 ④우리나라 사람이 유전적 요건 및 식습관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다는 사실 ⑤미국의 사료 금지조치 및 치아감별법의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있던 사실 ⑥일본, 호주, 멕시코, 대만 등은 쇠고기 수입 협상보도 후에도 엄격한 내용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사실 등.

그렇다. 위 각 내용들은 <PD수첩>에 담긴 주요 내용들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사실들 및 협상 결과를 근거로 ‘우리 정부가 광우병 위험성이 과장됐다고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위험성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한 게 아닌지’ ‘미국의 광우병 시스템에 대해 그 실태를 보려고 했는지, 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방송했다. 재판부는 <PD수첩>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보도 내용에 있어 1, 2심 판결 결과가 공히 이견 없이 일치하는 내용은,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에 우려할 만한 문제점들이 있고, 이 정부의 쇠고기 졸속 협상에 대해 비판한 <PD수첩>의 보도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협상의 책임자들이라면, 응어리가 풀렸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국민 앞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사죄해야 할 일이 아닌가.

검찰, 당신들은 졌다

듣자하니, 검찰은 이번 판결이 고무적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들의 목표는 애초부터 ‘유죄’ 판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동료 부장 검사가 불기소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옷을 벗었던 사건. 사상 최초로 PD와 작가들을 체포해 수사하고 온갖 비열한 언론 플레이와 마녀 사냥까지 서슴지 않았던 사건.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이 정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그들의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박길배 검사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다우너 소 동영상은 동물학대 동영상’, 김경수 검사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아레사 빈슨은 CJD’ 주장을 법원이 ‘탄핵’했음에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허위’라는 2심 판결문의 한 구절만으로도 그들에겐 유죄만큼이나 값진 성과일 테니 말이다.

1년 6개월이라는 지난한 재판 끝에 1, 2심 재판부 모두 “쇠고기 협상은 졸속협상”이었다는 내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치졸한 정치적 공격에 상처를 입었을지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PD수첩>이 승리했으며 그렇게 기록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도 진실은 남는다. 진실은 힘이 세다. 검찰, 당신들은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출처 : PD수첩 광우병 판결내용 까겠습니다 정운천 전 장관, 이제 좀 부끄럽습니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