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건강 볼모로 한 전문의약품 광고 안 된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 이후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 방송광고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새해 업무보고에서 추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종편으로 선정된 사업자들이 노골적으로 방송광고 허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 방송광고는 국민에게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는 점에서 허용해선 안 된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없으면 구입할 수 없는 약품이다. 질환의 정도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무슨 이득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의약품 수요를 늘려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만 증가시킬 게 분명하다.
또한 광고비 증가는 약값 상승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품도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그뿐 아니다. 방송광고 허용은 막대한 마케팅비를 부담할 수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몇몇 대형사에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송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기관의 방송광고 역시 다를 바 없다. 국내 의료체계는 대형 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응급이나 중증 환자가 아닌 경우 기초 의료기관을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다. 국가적으로도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의료기관 방송광고는 이런 의료체계를 정면으로 뒤흔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소수의 종편 사업자들이다. 방송광고가 허용되면 매체 영향력이 큰 지상파보다 케이블방송에 허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의 영향력도 이젠 지상파에 못잖게 커지고 있다. 종편 등 케이블방송에 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의사협회·병원협회 등 전문가 단체와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전문의약품 방송광고에 반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입장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방송광고 허용 방침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태도 표명을 유보한 채 허용할 기회만 엿보는 모양새다. 국민의 건강과 이익이 먼저인지, 소수 언론재벌의 이익이 먼저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