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복지부 난색에도…종편 위한 의약 광고 밀어붙이기

복지부 난색에도…종편 위한 의약 광고 밀어붙이기
광고금지 품목 완화 추진 논란

‘전문의약품’ 공익이유 광고 제한…미국 빼곤 불허
생수 광고엔 환경부 “관련법 재개정 없이는 불가”
보건단체 “약물 오남용·건보재정 악화 우려” 반발  

  이문영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앞줄 왼쪽) 등 국무위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공익을 이유로 광고가 제한돼온 품목들마저 종합편성채널 선정사들이 눈독 들이는 ‘사냥감’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방송> 2티브이 광고 축소 실패로 다급해진 정부가 광고금지 품목 완화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넣으면서 논란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1일 신문(‘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아…“종편 안착 위한 대책 필요”’)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의약·생수 광고를 종편사업자한테만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편 지원책으로 17도 이상의 주류와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을 강조해왔다.

  

» 광고금지 품목 완화 추진 상황

  

방통위도 때맞춰 나섰다. 종편 사업자 선정 2주일 전인 지난달 17일 2011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금지 품목을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규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종편 허용에 맞춰 뾰족한 광고시장 확대 방안이 없어 고심하던 방통위가 광고금지 품목 완화 추진 검토를 공표하고 나서면서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까지 혼란에 빠뜨리는 형국이다.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는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2009년과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는 ‘방송광고 심의규정’을 고쳐 애니메이션 캐릭터 공익광고와 공익적 목적의 기부금품 광고, 국내 결혼중개업 광고를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에 허용했다. 그때마다 ‘종편 대비용’이란 논란도 되풀이됐다.

나머지는 하나같이 난항이다. 방통위가 완화 대상 품목으로 거론한 의료기관(유료방송 허용 추진) 및 먹는샘물(지상파 방송 허용 추진) 광고는 이미 2009년 9월 기획재정부가 주도한 범정부 차원(11개 정부 부처 동참)의 ‘내수기반 확충 방안’으로 발표된 내용들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법(보건복지부 소관)을 고쳐 유료방송부터 병·의원 광고를 허용(현재 인쇄매체엔 사전심의를 거쳐 광고 허용)하고, ‘먹는물 관리법’(환경부 소관)을 개정해 먹는샘물의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IPTV), 위성 디엠비(DMB) 광고를 우선 푼다는 방침(지상파는 수돗물 병 제품 판매 시점에 맞춰 허용)이었다. 하 지만 의료법은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았고,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는 먹는물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먹는샘물은 제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나친 의료기관 경쟁으로 의료전달 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어 방통위의 방송광고 허용에 줄곧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고,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수도법 개정안이 수돗물 병 제품 판매 사안을 뺀 채 통과시켜 법을 재개정하지 않는 한 지상파 방송 광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전문의약품 광고는 복지부와 아예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방통위가 정부 차원에서 처음 ‘용기 있게’ 공론화했지만 국민 건강을 담보로 종편 지원용 광고시장 확대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뜨겁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전문의약품 방송광고는 불필요한 오남용을 발생시키고, 막대한 광고비가 건강보험재정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 외엔 모두 불허하고 있다”며 “사회 공익의 문제인 전문의약품 광고를 시장에 맡기는 건 국민 건강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복지부는 약값 상승과 약물 오남용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에 반대한다”며 “현재까지 방통위의 업무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 스스로도 “쉽지 않을 걸로 본다”(방통위 관계자)며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성사 가능성엔 회의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무보고는 이제 논의를 시작해서 차근차근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종편 허용 시점에 쫓긴 방통위가 사회적 합의는 물론 정부 부처간 협의도 안 된 사안을 성급하게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무책임의 극치”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방통위는 업무보고에서 ‘2015년 광고시장 국민총생산 대비 1%’를 공언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국민을 위해 종편이 있는 것이지, 종편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익 차원에서 광고를 금지해온 품목들을 종편 광고 확보를 위해 허용을 검토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영 김정필 김양중 기자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