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국민건강, 종편에 팔아먹나”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선정에 따른 정부의 의료기관·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움직임에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 주최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문의약품·의료기관 광고허용 저지 긴급토론회’에는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전문위원, 김동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등 의약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방송광고 허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도 “의료기관·전문의약품 방송광고가 허용되면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고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가져온다”며 “법 개정을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약계 ‘의약품 오남용·보험재정 붕괴’ 경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금지되고 있는 전문의약품 직접광고 허용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조장해 국민건강을 망가뜨리고 건강보험재정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일부 의료기관과 제약업체가 종편 사업의 주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이 간접광고 등을 통해 광고에 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영리방송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료기관이 영리방송 사업에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호 의사협회 의무전문위원은 토론을 통해 “전문의약품의 방송광고를 허용하면 대형 제약사들이 늘어날 광고 비용을 약가에 반영해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붕괴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 방송광고가 이뤄질 경우 의료기관간의 서열화와 의료인간의 갈등이 촉발될 수 있고 광고비가 환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의약광고 규제 완화는) 국민 건강을 담보로 종편사업자를 먹여살리려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거대 언론재벌인 종편사업자들과의 권언유착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의료분야는 다른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희생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균 대한병원협회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병원협회의 입장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가 허용될 경우 국민들이 의약품 오남용 위험에 처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사가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역시 “의약품의 장점만 부각된 광고로 인해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고 결국 의약품 오남용과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정책 수행을 할 때 전문성과 안정성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 지도부 “법 개정 꼭 막아내겠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들도 “법 개정을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일 희망대장정’을 위해 경기 군포를 방문 중인 손학규 대표는 서면 축사를 통해 “정부와 종편 사업자들이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전문의약품 방송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방송광고가 허용될 경우 광고비가 약제비에 전가돼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늘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나는 여러 번 수술을 받은 사람이어서 약을 많이 먹고 있는데 오남용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자주 먹게 된다”며 “의약광고가 완화되면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게 될텐데 불필요한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장경제 차원에서 망할 회사는 망하고 잘된 회사는 잘 돼 인수합병을 하면 된다는 관계 당국의 말은 무책임한 이명박식 삽질 경제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삽질 경제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생겼다”고 말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위헌’이 있었음을 판결한 미디어법을 악용해 4개의 종편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하는 ‘전문 의약품과 의료기관 방송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주승용 의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적자가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문 의약품과 의료기관의 방송광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방송 광고를 허용하려면 의료법과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로서 법 개정을 꼭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