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파문고엽제 위험성과 대책

기사입력 2011-05-20 03:00:00 기사수정 2011-05-20 14: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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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 돌연변이 일으키는 ‘악마의 화학물질’…
드럼통 부식돼 2차 오염땐 죽음의 땅으로
다이옥신계 제초제인 고엽제는 악마의 화학물질로 통하다. 인체뿐 아니라 토양 지하수 등 매장된 지역 일대의 생태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고엽제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해 2000년대까지 대대적인 토양복원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 인체와 토양에 치명타

전문가들은 고엽제로 인한 토양오염으로 인체에 발암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엽제를 땅에 묻으면 토양이 서서히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 고엽제로 인해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의 세포형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고엽제로 오염된 땅에 농사를 지을 경우 농작물 속으로 고엽제가 들어간다. 이 농산물을 먹은 초식동물, 초식동물을 먹은 육식동물 순서로 체내에 고엽제 내 다이옥신 등 발암 물질이 차차 쌓이게 되고 결국 최종 포식자인 인간 체내에 축적된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고엽제 내 발암물질이 인체에 쌓일 경우 보통 20∼30년 후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베트남전 참전용사 중 상당수는 두통, 현기증, 가슴앓이와 피부에 혹이 생기는 등 고엽제 질환으로 현재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고엽제 환자들은 폐암과 전립샘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혈관이 손상돼 심장질환이나 손발 저림, 운동신경 손상도 나타난다. 팔다리가 가늘어지면서 활동이 불편해진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다이옥신을 심각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환경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 수거도 쉽지 않아

따라서 고엽제를 묻은 지 30여 년이 지났더라도 꼭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매몰지가 파악되면 일단 해당 지역의 땅을 파서 고엽제를 뽑아내야 한다. 이후 인근 지역으로 옮겨 소각해야 한다.

문제는 고엽제를 찾아서 수거해도 오염성분이 100%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오랜 기간 땅속에 있다 보면 드럼통이 부식돼 고엽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유출된 고엽제는 우기 시 빗물과 함께 땅속에서 흐르다 인근 지하수에 스며들어 더 넓은 지역을 오염시키는 2차 피해가 유발된다.
고엽제와 섞여 오염된 토양에는 주변에 고엽제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을 뿌려야 한다. 또 오염 토양에 식물을 심어 식물로 하여금 고엽제 성분을 빨아들이게 한 다음 해당 식물을 제거한다.

○ 공동 조사 후 배상 절차 밟을 듯

환경부는 19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주한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공동조사는 주한미군이 거부할 경우 성사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 땅이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에 공여된 토지여서 주한미군이 통제, 관리, 사용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고엽제가 묻힌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배상을 받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이 확인된 뒤 처리 절차는 치유와 배상 두 가지로 미군의 책임을 묻는 절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고엽제로 건강 위해 등의 피해를 본 인근 주민 등 소송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SOFA 민사청구권 분과위를 통해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하면 정부는 주한미군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blog_icon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