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단체 ‘발암물질 최루액’ 의혹 제기
[한겨레] 이승준 기자
등록 : 20110711 09:01 | 수정 : 20110711 15:27
‘희망버스’ 시민상대로 사용 주장…경찰 “인체 무해한 정도”
» 경찰 최루액. 사진 출처 @assa76
경찰이 ‘2차 희망의 버스’ 참여 시민들을 상대로 사용한 최루액에 발암물질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경찰이 시민들에게 쏘고 남은 최루액을 길거리에 무단방류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부산경남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료진은 10일 시위 현장에서 최루액 피해 시민 200여명을 진료했다면서 “경찰이 사용한 최루액에는 메틸렌클로라이드와 시에스(CS)가스로 추정되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야간 집회 상황에서 노약자·장애인·어린이 등이 섞여 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무장한 경찰이 최루액을 사용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메틸렌클로라이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이고, 시에스 가스 역시 독성화학무기로 규정된 물질이다.
두 단체는 “최루액을 맞은 시민들에게서 피부가 붓고 붉어지거나 혹은 통증·가려움 등의 증상과 수포가 나타났고, 직접 얼굴에 맞아 흡입한 경우는 대부분 구토를 동반했다”고 전했다. 눈과 그 주위에 맞은 경우에는 통증·결막·부종 등의 증상도 관찰됐다. 또 “시민 증상으로 보아 화학적 화상과 알레르기 반응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번에 사용된 최루액은 경찰이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집회 때 노동자들을 진압하려고 사용한 최루액과 같은 성분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루액의 성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역시 이날 논평을 내 “발암물질과 독성화학무기라 여겨지는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루액을 노약자와 장애인,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권력이 해서는 안 될 폭력 만행”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유해성이 우려되는 물질을 경찰이 길에 무단으로 버리고 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누리꾼 @assa76은 10일 “경찰 마지막에 최루액 막 버리고 감”이라는 내용과 함께 현장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한 장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시내에 서 있는 경찰 살수차 주변으로 파란색 액체가 도로를 따라 흘러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경찰의 유해 물질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은 “경찰이 사용한 물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경찰장비의 사용 등) 등의 법적 근거와 지침에 따라 사용했다”면서 “물포는 물 4t에 최루액 20ℓ를 희석한 0.01225% 비율이었고 최루액은 0.0045% 비율이며, 물과 규정치의 캡사이신 용액을 배합하여 물포로 살수한 사실은 있으나 인체에는 무해한 정도다”고 해명했다.
도심 방류 의혹과 관련해 다른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쓰는 최루액의 색소는 식용 색소라 크게 유해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권오성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