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몸단 정부 ‘국회 우회’ 밀어붙이기
[한겨레] 김양중 기자
등록 : 20111012 19:55 | 수정 : 20111013 13:39
영리병원 시행령 개정 추진
지경부 “올안 개정 안되면 국외투자자 떠나”
시민단체 “국회 무시편법…즉각 중단해야”
지식경제부가 12일 영리병원 관련 법의 시행령을 제·개정해서라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투자개방병원)의 설립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일본의 다이와증권이 전체 자본의 60%를 투자하고, 삼성증권·삼성물산·케이티앤지 등이 40%의 지분을 소유한 글로벌 컨소시엄인 아이에스아이에이치(ISIH)와 협상을 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 협상은 올해 말에 끝날 예정인데, 투자자들이 병원 허가 요건이나 의료 인력 등과 관련된 세부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삼고 있어, 이런 부분을 관련 법의 시행령 등에서 명확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2003년에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경자법)이 제정되면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으나, 그동안 몇몇 특례조항을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2차례 투자유치가 무산된 적이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외국 의료기관 특별법’ 제정안과 같은 당 이명규·손숙미 의원이 발의한 경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며 “오는 11월에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그때부터 시행령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 올해 안에 절차를 끝낼 수 없어 개정을 서두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현재 협상중인 외국 영리병원이 올해 안에 설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된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지경부가 이를 무시하는 변칙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경부 등 경제부처가 이처럼 강하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영리병원은 기존의 비영리병원과 달리 병원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비영리병원은 수익이 생겨도 병원 밖으로 빼돌리지 못하고 병원 시설이나 인력 확충 등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경제부처들은 영리병원 운영으로 이익이 많이 생기면 그만큼 투자가 많이 이뤄져 시설이나 의료 장비를 개선할 수 있고, 우수한 인력도 유치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또 영리병원들의 경쟁으로 진료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는 대폭 오른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며, 환자들의 건강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은 “영리병원이 허용돼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비영리병원이 더 낫다고 평가돼 있다”며 “게다가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견줘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평균 19%가량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실장은 “의료비의 경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지난 2009년 연구자료를 내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최대 4조3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치솟는 물가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또 다른 고통만 안겨줄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